태국 국왕, 시위대 향해 "사랑한다"…타협 원하나?

마하 와치랄롱꼰(왼쪽) 태국 국왕과 수티다 왕비가 1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11.02. /사진제공=AP/뉴시스

태국에서 총리 퇴진과 군주제 개혁 등을 외치는 반정부 시위가 4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국왕은 시위대를 향해 "사랑한다"고 말했다.

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와치랄롱꼰 국왕은 이날 방콕에 있는 태국 왕궁(the Grand Palace)에서 열린 왕실 행사 중 CNN·채널4가 합동으로 한 인터뷰에서 지난 7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국왕은 시위대를 향해 발언해달라는 요청에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가 "우리는 그들을 똑같이 사랑한다"고 영어로 세 차례 반복했다.

이어 국왕은 자신의 권력 억제를 요구하는 시위대와 타협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태국은 타협의 땅"이라고 대답했다. CNN은 국왕이 타협을 언급한 것은 장기간의 교착 상태를 풀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와칠라롱꼰 국왕은 올해 68세로 외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1979년 왕세자 시절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통상 왕궁에서 진행되는 왕실 행사에서는 왕실 전담 뉴스팀만이 취재가 허용되지만 이번에는 외신 기자단이 와치랄롱꼰 국왕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군중 사이에 앉아있도록 초대됐다.

이는 국제적으로 국왕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이날 국왕은 계절이 우기에서 겨울로 바뀌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에메랄드 불상의 옷을 바꾸는 종교행사를 진행했다. 국왕을 상징하는 노란 옷을 입은 지지자 수천 명이 참석해 와치랄롱꼰 국왕, 수티다 왕비, 시리완나와리 나리랏 공주의 환영을 받았다.

한편, 지난 7월부터 태국 전역에서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출신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부패한 왕실 개혁을 촉구해왔다.


왕실 모독죄 위반 시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태국에서는 수십 년 만에 벌어진 왕실 규탄 움직임이다.

시위대는 400억 달러(약 45조8000억원)로 추산되는 왕실 자산에 대한 공공 감독 강화, 왕실 모독제 폐지, 국왕의 쿠데타 지지 및 정치 개입 금지 등의 개혁이 이뤄져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