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에 '커밍아웃' 반기 든 평검사들…"축적된 불만에 기름 부었다"

뉴스1 제공 2020.10.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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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하는 평검사가 무슨 적폐…군부독재 다름없어" 발끈
수사지휘에도 잠잠했는데…'검란' 가능성에 역풍 우려도

3© News1 박지혜 기자3©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과 감찰권 남발을 비판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에 대해 "커밍아웃해 주면 개혁만이 답"이라며 공개 저격한 것과 관련해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는 뜻을 밝힌 검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평검사의 의견표명에 추 장관이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로 엄포를 놓은 것이 그간 축적된 검사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인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47·사법연수원 36기)가 전날(29일) 검찰내부망 '이프로스'에 "이 검사와 동일하게 '현재와 같이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므로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며 올린 글에는 이날 오후 댓글이 전날의 2배가 넘는 150여개나 달렸다.

검사들은 "내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개진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민주주의다" "개혁 단어를 먼저 사용한 사람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반개혁' '개혁 거부'가 아니다"라는 댓글을 올렸다.



한 검사는 "평검사들은 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그저 일만 한다. 주어진 업무가 많고 그 업무를 정의롭게 잘 처리하기 위해서. 이렇게 일만하는 평검사가 무슨 적폐라는 건가"라고 적었다.

추 장관의 검찰인사와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문찬석 전 검사장이 좌천되며 결국 사직하는 등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았던 검사들까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그간 검사들은 의견 표명을 꺼려왔다.

최 검사 글 댓글 중 "한마디 다른 의견을 말하면 인사불이익이나 감찰을 받지 않을까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개혁'인지 의문이다"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한 이 상황이 절망스럽다" "반대의견을 이야기할 수조차 없도록 검사에게 재갈을 물리는 것이 검찰개혁인가"라는 내용들이 검사들의 현 상황을 나타낸다.


그러나 추 장관의 공개저격 이후 150명이 넘는 검사들이 이 검사를 지지한다는 뜻을 표명하면서 사실상 '인터넷 연판장'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장관이 총장이나 간부가 아닌 평검사에게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주겠다며 저격한 것이 검사들이 참아왔던 불만을 터트리게 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장관의 부당한 수사지휘권 행사나 감찰 지시에 대한 불만들이 계속 쌓여온 상태에서, 개혁에 대해 적극적인 젊은 검사가 의견을 표명한 것을 보듬지 않고 찍어누른 것이 감정적인 도화선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렇게 민주주의를 외치던 장관이 아랫사람이 한 마디했다고 사실상 협박한 것이 평검사들로서는 황당한 일"이라며 "군부독재 때와 다를게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반발이 확산되면 평검사회의 소집 등 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 '검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반면 국민들에게 검찰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면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집단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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