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만평, 표현의 자유 아냐" 이슬람 지도자들 '프랑스 맹비난'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0.10.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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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만평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2020.10.29.[테헤란=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만평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2020.10.29.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 만평을 둘러싼 갈등이 국가 지도자들 사이까지 번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풍자 만평을 옹호한 데에 터키, 이란, 이집트 등 이슬람 국가의 수장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28일(현지시간) 이란 관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프랑스 청소년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여러분의 대통령에게 왜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신의 사자에 대한 모욕을 지지하냐고 물어보라"고 했다.



하메네이는 "다음 질문은 왜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모욕이 범죄인가다"라며 "왜 홀로코스트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투옥되는 반면 이슬람교 예언자에 대한 모욕은 허용되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압델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이날 무함마드 탄생 기념일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프랑스의 만평과 관련해 "전 세계 15억명이 넘는 무슬림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엘시시 대통령은 "자유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다른 이의 권리 앞에 멈춰야 한다"며 "예언자에 대한 공격은 종교의 명예로운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은 또다른 극단주의라고 지적했다.

[이스탄불=AP/뉴시스]지난 2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반프랑스 시위를 벌이는 터키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0.26.[이스탄불=AP/뉴시스]지난 2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반프랑스 시위를 벌이는 터키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0.26.
레제프 다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또한 프랑스를 비판하며 프랑스산 물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촉구했다. 그는 앞서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정신 감정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한 데에 이어 지난 26일엔 유럽 지도자들을 나치에 비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몇몇 유럽 국가의 지도자들이 이슬람교에 적대적인 정책을 시행해 유럽에서 무슬림으로 사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유럽 지도자들이 유대인을 탄압한 '나치'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을 공격하는 이유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눈을 돌리게 하려는 시도라는 관측도 나왔다. 터키가 최근 리비아, 아제르바이잔 등의 분쟁 지역에서 다른 국가들과 충돌하는데다 미국발 제재 리스크로 경제까지 침몰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동은 터키의 악화되는 경제 상황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동시에 프랑스 제품에 대한 불매는 이슬람권에서 터키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욕구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이어 폴리티코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위험한 내기를 하고 있다. 그의 전략이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그의 대응이 이웃 국가나 서방과의 관계에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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