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넘게 준비만…달러MMF 언제 도입하나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0.11.0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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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발표한 외화 MMF(머니마켓펀드)가 1년 넘게 공회전 중이다. 금융세제와 뉴딜펀드 등 주요 정책과제로 우선순위에 밀린 탓이다.

외화 MMF 도입으로 96조원에 달하는 외화예금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금융투자업계 내 실망도 크다. 장기간의 저금리로 외화예금 금리가 사실상 0%인 상황에서 외화 MMF가 외화 보관 창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1년 넘게 제자리걸음 외화 MMF…추진동력 잃었나
금융위는 지난해 9월 기존규제정비위원회를 열고 외화 MMF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외화 MMF란 달러나 엔화 등 외화 표시 단기 국공채나 CP(기업어음) 등에 투자하는 단기금융상품이다. 대기성 부동자금이 주로 몰리는 상품이다.

당초 금융위는 외화 MMF 도입을 위해 지난해 연말까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등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외화 MMF는 지난 5월 금융위가 발표한 자산운용분야 행정규칙 개선방안에서도 후순위로 밀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외화 MMF 외 산적한 안건들이 많다"며 "그러나 외화 MMF 도입을 위한 자산소싱과 투자제한 등 세부적인 개선안은 꾸준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동안 업계 내 외화 MMF 도입 동력도 힘을 잃었다. 올해 초 코로나19(COVID-19)로 전세계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MMF 수익률도 0%대로 뚝 떨어졌다.

자산운용사 채권 담당 관계자는 "올해 초 1%대였던 MMF 수익률이 0%대로 내려오면서 정기 예금금리과 비교했을 때 메리트가 줄었다"며 "여러모로 아쉽다"고 말했다.


"금리 언젠가 오른다…외화 MMF 선제도입 필요"
운용업계는 외화 MMF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채권금리 하락으로 외화 MMF에 대한 매력이 이전보다 줄긴 했지만 늘어나는 외화예금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9월말 기준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 잔액은 854억5000만달러(약 96조원)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올해 60억달러가 늘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장기간 저금리로 외화예금 금리가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30bp(1bp=0.03%) 정도의 추가 수익률이 가능한 외화 MMF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기대다.

'서학개미'들의 환전 부담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주식을 매도했을 경우 위탁계좌에 달러 형태로 예치된다. 이때 원화와 달리 달러는 예탁금 이용료를 받지 못한다. 예금 금리라도 받으려면 환전해 다른 통장으로 이체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는 언제가 오를 수 밖에 없다"며 "그 때를 대비해 외화 MMF 도입과 실효성 강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과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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