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내려가는 윤석열, 추미애 향한 '무언의 항변'?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오문영 기자 2020.10.2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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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6/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26/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잇따라 '설익은 의혹'을 부풀려 감찰 카드를 남발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총장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갖가지 의혹들을 감찰로 걸어 사퇴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윤 총장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윤 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일선청 격려방문을 전격 재개했다. 검찰총장 본연의 임무를 다하겠다는 무언의 항변이란 점에서 추 장관을 비롯한 여권의 전방위적인 사퇴 압박에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추 장관은 윤 총장과 관련해 세 가지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우선 라임자산운용 사태 수사 과정에서 야당 정치인 수사 내용이 대검 반부패강력부 보고라인을 거치지 않고 윤 총장에게 직보된 과정을 문제삼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관련 수사의뢰 사건에서 관계자 전원을 혐의없음 처분한 사안 역시 감찰 대상이 됐다. 국정감사에서 여당 국회의원들이 대대적으로 공세에 나서면서 수면 위로 불거진 문제다. 윤 총장이 유력 언론사주와 사적으로 만나 검사 언론강령을 위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추 장관은 감찰이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이들 의혹들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추 장관의 입을 통해 공개적으로 감찰 사실이 알려져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찰의 특성상 비위 감독과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조직 스스로 비공개 및 보안을 중시하는게 일반적이다. 추 장관의 경우엔 윤 총장이 감찰을 받아야 할 정도의 대단한 의혹이 있다고 알리기 위한 일종의 '망신주기' 목적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조수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수사 중인 사항도 언급하면 피의사실공표로 문제가 되는데 수사단계로 나아가기 전 내사 수준의 사항을 장관이 언급하는 게 적절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국감에서 대다수의 검사들은 일선에서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일부 '특수부' 검사들의 잘못된 관행으로 몰고갔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감찰 전성시대"라며 감찰 남용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지는 분위기다.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에서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며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과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비판했다.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강제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 검사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며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고도 했다.

윤 총장은 그동안 미뤄놨던 대외 일정을 재개하며 검찰총장의 존재감을 오히려 드러내보일 것으로 보인다. 오는 29일 오후 3시30분에 대전고검 및 대전지검을 방문해 검찰개혁 관련 주제로 '고검·지검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 2월 전국 지방검찰청 순시에 나서 부산고검·지검과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후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된 업무를 재개하는 차원이라는 게 대검의 설명이다.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싸고 추 장관과 갈등이 심화된 후 목소리를 내는 것을 극히 자제해왔다. 그러나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배제하는 형태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는 위법하고 부당하다"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소임은 다할 생각" 등 소신 발언을 내놨다.

이번 대전고지검 방문에서도 윤 총장이 일선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검 측은 "검찰개혁 관련 사항을 주제로 필요한 당부 말씀과 일선 의견을 경청할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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