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해외여행, 국내로 눈 돌리는 여행사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10.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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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참좋은여행 국내여행 상품 개발·판매 나서…포스트 코로나 사업 경쟁력 강화 포석

한글날 연휴를 맞은 지난 9일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이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한글날 연휴를 맞은 지난 9일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이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가 낳은 '여행 보릿고개'가 길어지며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끊어진 하늘길이 재개될 기미는 커녕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에 내년에도 해외여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실상 영업중단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일부 업체들은 국내여행 시장에 눈을 돌리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여행교류가 풀릴 때까지 마냥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와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사업 확장을 통해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한파에 여행업계 '겨울잠'
지난 6월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지난 6월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여행산업이 붕괴 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여행업 피해 규모가 5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 수요가 전년 대비 95% 이상 급감하며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이 직격타를 맞았다. 영업활동의 전제 조건이 해외여행 자체가 막히며 매출 '제로(0)' 상황이 8개월 넘게 이어지자 주요 여행업체들은 백기를 들고 있다.

실제 노재팬부터 지속된 불황으로 체력이 방전된 여행사들은 눈물의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아예 영업중단을 선언하고 겨울잠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한 때 업계 3위까지 올랐던 자유투어가 본사 사무실까지 정리하며 오프라인 영업활동을 전면 중단했고 NHN여행박사도 10명만 남기고 전 직원 희망퇴직을 진행, 반강제적으로 동면에 들어갔다.



하나투어·참좋은여행, 국내여행 GO
꽉 막힌 해외여행, 국내로 눈 돌리는 여행사
반면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평가되는 하나투어와 참좋은여행은 해외여행이 막히자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여행 사업을 벌여 본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해외 패키지(PKG)를 운영해본 노하우를 살려 국내 여행객 공략에 나선 것이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여행소비 심리가 높아지고, 정부에서도 여행·숙박 소비쿠폰 사업을 재개하는 등 유일하게 국내여행 수요가 반등세를 보인다는 점에서다.

하나투어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상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아시아나항공과 선보인 가상 해외여행상품 '스카이라인 여행'이 대표적이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강릉, 제주 등 국내 상공을 비행한 뒤 다시 돌아오는 코스의 상품인데, 판매 하루 만에 전 좌석을 모두 판매했다. 최근에는 국내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식도락', '힐링' 등의 테마를 살려 패키지부터 에어텔, 호텔, 골프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유럽 장거리 노선에서 강세를 보인 참좋은여행도 국내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난 14일부터 '언택트 국내여행' 14종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 운영 노하우를 살린 △리무진 밴 차량으로 고객 집 앞에서 출발해 다시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여행 △일본여행 스타 가이드가 직접 안내하는 여행 등의 상품을 내놓으며 적잖은 호응을 얻고 있다. 벌써 수백여 건의 예약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티려면 체력 길러야, 국내여행 왜?
참좋은여행이 리무진 밴 차량으로 고객을 태워 여행을 떠난 뒤 다시 집까지 내려주는 프리미엄 언택트 국내여행 상품을 지난 14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사진=참좋은여행참좋은여행이 리무진 밴 차량으로 고객을 태워 여행을 떠난 뒤 다시 집까지 내려주는 프리미엄 언택트 국내여행 상품을 지난 14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사진=참좋은여행
이 같은 해외여행 패키지를 접목한 국내여행 상품은 두 업체가 내놓은 코로나 자구책이다. 당초 연말이면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점쳐졌던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내년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무급휴직이나 영업중단 만으론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여행사들과 마찬가지로 무급휴직과 사업 정리 등 허리띠를 졸라맨 고육책을 진행하고 있지만,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선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참좋은여행은 450명 가량의 직원 중 50여명을 제외하고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국내영업에 힘을 주고 있다. 20여명 정도였던 국내여행팀 인원을 50여명까지 늘리고 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해외여행 상품에 전문성이 강한 직원들이 국내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해외여행 정상화가 어려운 만큼 국내여행 강화를 통해 최소한의 영업활동을 이어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가 해소된 후에도 기존 패키지 중심의 아웃바운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패키지와 개별여행(FIT)를 결합한 국내여행 사업 기반을 쌓으면 추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을 상대로도 인바운드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 패키지 사업으로 뚜렷한 한계가 보이던 상황에서 코로나를 계기로 인바운드, 인트라바운드까지 여행 전반을 아우르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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