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성범죄 피해자, 다음날 가해자 찾아갔어도 진술 신빙성 인정"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0.10.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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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범행 이후 사과를 받기 위해 혼자 가해자 집을 찾아간 것이 이례적이더라도 이를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범죄 다음 날 혼자서 A씨의 집을 찾아간 것이 일반적인 평균인의 경험칙이나 통념에 비춰 특이하고 이례적인 행태로 보인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곧바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반드시 가해자나 가해 현장을 무서워하며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는 볼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해자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거나 피하지 않고 먼저 찾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사귀는 사이인 것으로 알았던 A씨의 범행에 해명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이 이 같이 판단해 '피해자다움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피해자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다투는 A씨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고 했다.

A씨는 2018년 7월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피해자가 범죄 다음날 자신의 집에 찾아왔다면서 '피해자다움'이 없다며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미성년이었던 A씨에 소년법에 따라 장기 2년 6개월, 단기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5년도 명령했다.


2심도 "범행 이후 피해자가 가해자의 집을 찾아간 것을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지 못한다"며 A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재판중 성인이 된 점과 다른 미성년자를 추행한 사건이 병합된 점을 고려해 1심을 파기하고 5년으로 형을 높였다. 또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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