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사망 29건…접종, 이대로 계속? 오늘 '중단 여부' 판가름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0.10.2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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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23일 오전 부산에서 80대 여성이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한 뒤 사망하면서 전국에서 백신 접종 후 숨진 사례가 29건으로 늘어났다. 최근 10년간(2009~2019)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고가 모두 합해 25건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사망 사례는 이례적인 만큼, 독감 국가예방접종사업 지속 여부를 가려야 하는 중대한 시점인 셈이다.

이날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 및 예방접종 전문위원회에서는 독감백신 예방접종 중단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보건당국은 백신 자체의 독성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판단해 일정대로 예방접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망자 중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동일 백신 제품, 동일 제조(lot)번호 접종자가 발생하자 입장을 바꿨다. 또 같은 날, 같은 의료기관에서 접종한 사람들로부터 중증 이상 반응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장도 같은 제조 공정에서 만들어진 백신이 문제가 되면, 해당 백신의 접종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11월까지 고령자와 소아·청소년, 임신부 등 전 국민 37%인 190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던 독감백신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4시 질병관리통합보건시스템 등으로 신고된 독감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는 25명이다. 23일 오전 8시 기준 4명 추가 발생해 29명으로 집계됐다. 공식 신고된 사망자 25명 중 22명은 국가 무료 예방접종 백신이다. 나머지 3명은 유료 접종(국가 예방접종 대상 1명, 비대상 2명) 백신이다.

사망자 8명은 2명씩 같은 4개 제조번호 백신을 접종했다.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은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Q60220039(어르신용) △플루플러스테트라 YFTP20005(어르신용) △스카이셀플루4가 Q022048(어르신용) △스카이셀플루4가 Q022049(어르신용) 등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앞서 21일 질병청은 최종 부검 결과를 토대로 사망과 백신 간 연관성을 확인하는 데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국가 예방접종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 결과 2020~2021절기 독감백신 자체에 독성 물질 등 문제가 없다는 데 힘이 실려서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우려해 독감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도 판단했다.


정은경 청장은 22일 국정감사에서 "1년에 독감 관련 합병증 사망자는 3000명 내외로 추정된다"며 "어르신 같은 고위험군에서 인플루엔자로 다른 합병증 생길 수 있다. 접종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가 같은 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안정성 입증을 위해 독감 국가 예방접종사업을 일주일간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등 전문가 집단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추가 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전문가들은 당장 조사 필요성엔 동의하면서도 "예방 접종을 중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일주일 예방접종 유보가 접종 중단을 뜻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현재로선 인플루엔자 접종 지속보다 중단에 따른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를 들어 25명 중 20명이 같은 로트 번호 백신을 접종했다면 의미가 상당히 있겠지만, 1개 로트에서 나온 백신이 10만~20만도스라면 그 중 2명은 우연히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교수는 국민들이 백신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부검 결과만 기다릴 게 아니라 식약처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로트 번호 백신을 수거해 안전성 검사를 빨리해야 한다"며 질병청뿐 아니라 식약처의 적극적인 대응도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의학 학술지 예방의학저널(AJPM)이 보도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신을 10만회 접종할 시 사망 사례는 6명 정도 생긴다. 국내에서는 지난 21일 0시 기준 국가 예방 접종 대상자 1893만5167명의 접종률은 44%정도(835만6096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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