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없었다" 위증한 안기부 수사관 2심도 실형 … "속죄 기회 걷어차"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0.10.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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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9일 국가정보원에서 정보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직원들이 의원들을 기다리는 모습. (뉴스1 DB) 2020.7.30/뉴스12016년 10월 19일 국가정보원에서 정보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직원들이 의원들을 기다리는 모습. (뉴스1 DB) 2020.7.30/뉴스1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에서 간첩으로 몰려 기소된 고(故) 심진구씨 재심에서 고문이 없었다고 증언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가정보원) 전 수사관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유석동 이관형 최병률)는 21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안기부 전 수사관 구모씨(76)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씨가 2심에서 자백하고 있지만 위증 사건은 2013년 7월 이미 확정돼 감경 또는 면제 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구씨는 자신이 저지른 가혹행위 등 반인륜 범죄에 대해 이미 공소시효 완성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진실을 밝히고 속죄를 구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며 "심씨가 2014년 11월 사망해 속죄를 받을 길도 영원히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또 "구씨는 시대적 상황을 언급하며 선처를 바라고 있지만 위증을 한 2012년 4월은 특수한 시대적 상황도 아니었다"며 "심씨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구씨가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은 1심 과정에서 모두 현출돼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구씨는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관이었는데 2012년 4월 심씨 재심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심씨가 고문당한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로 기소됐다.

실제 심씨는 서울 구로구에서 노동운동을 하며 주사파 운동권 대부였던 김영환씨와 가까이 지낸 이유로 1986년 12월 영장도 없이 안기부로 연행돼 37일 동안 구금돼 조사를 받았고 구씨 등 수사관들에게 가혹행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로 인정돼 1987년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지만 2012년 재심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그러나 2년 뒤인 2014년 결국 별세했다.

심씨 유족은 구씨가 재심 당시 위증한 사실을 토대로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인 지난해 3월 구씨를 위증죄로 고소했다. 고문 등 행위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앞서 1심은 구씨가 가혹행위를 저질렀음에도 34년 동안 사과나 반성을 하지 않고 진술을 수시로 바꾸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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