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행 자금 400억 수혈…업계는 "여행교류 풀어달라"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10.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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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여행' 강조한 정부, 여행업계 회복 위해 400억 융자지원…여행업계는 "실질적인 영업 기반 닦아달라"

가을단풍이 절정을 이뤘던 지난 17일 강원 인제에서 양양으로 이어지는 한계령이 울긋불긋한 빛깔로 고운 자태를 뽐내는 가운데 단풍놀이에 나선 나들이 차량들이 한계령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가을단풍이 절정을 이뤘던 지난 17일 강원 인제에서 양양으로 이어지는 한계령이 울긋불긋한 빛깔로 고운 자태를 뽐내는 가운데 단풍놀이에 나선 나들이 차량들이 한계령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침체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소비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대표적인 소비 진작 대책인 여행활성화를 두고 관광당국과 업계의 입장이 다소 엇갈린다. 관광당국이 400억원 규모의 금융자금 추가 지원책을 내놨지만 여행업계는 여행·숙박 소비쿠폰 재개와 트래블 버블 등 국내외 여행교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방역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2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여행 유관 업종의 피해 극복을 도모하기 위해 400억원 규모의 관광사업체 운영에 필요한 자금 융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최윤희 문체부 제2차관은 "하반기 불용이 예상되는 기존 사업예산과 시설자금 융자 재원을 활용해 100억원은 신용보증부 특별융자로, 300억원은 일반 운영자금 융자에 투입한다"고 말했다.



예산 '영끌'한 문체부, 업계는 '뜨뜻미지근'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21일 서울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내수관광 활성화 재개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회적거리두기 1단계 하향과 가을 단풍철 등을 맞이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의 여행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을여행주간을 시행하는 대신 '여행을 간다면 안전하게 갈 것'을 당부하는 안전여행 캠페인을 추진한다. 가을여행주간 미시행에 따라 어려움을 격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업계에는 400억 원 금융자금을 추가 지원한다. 2020.10.21.   kmx1105@newsis.com[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21일 서울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내수관광 활성화 재개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회적거리두기 1단계 하향과 가을 단풍철 등을 맞이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의 여행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을여행주간을 시행하는 대신 '여행을 간다면 안전하게 갈 것'을 당부하는 안전여행 캠페인을 추진한다. 가을여행주간 미시행에 따라 어려움을 격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관광업계에는 400억 원 금융자금을 추가 지원한다. 2020.10.21. [email protected]
여행부터 관광숙박업·유원시설업·카지노업·국제회의업(MICE) 등 산업 전반이 코로나 직격타를 맞은 데 따른 조치다. 문체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관광산업 매출 감소 규모가 9조원(추정)을 상회한다. 문체부는 올해에만 6250억원의 관광기금 융자를 시행했으나 이 중 5700억원이 소진되는 등 수요가 점차 높아지자 남은 예산까지 긁어모아 추가 지원금을 마련했단 설명이다.

올해 여행사 수백여 곳이 폐업하고 이달 들어선 자유투어, NHN여행박사 등 중견 여행업체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업계 구조조정 조짐이 본격화하자 특효약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응한 것이다. 코로나 방역 상황을 고려해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을 검토했던 가을 여행주간을 '안전여행 캠페인'으로 선회하고 여행·숙박 소비할인쿠폰의 재개를 미루는 등 적극적인 여행장려 대신 안전을 택하면서 나온 대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행업계에선 추가 금융지원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상 빚만 얻어간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데다,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융자 지원 대상에 해당할 만큼 신용을 갖춘 업체도 적다는 것이다. 여행산업이 대외환경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만큼, 코로나19 리스크가 해소되고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세제혜택 등 보다 적극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여러 여건상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최보근 문체부 관광정책국장은 "재난지원금처럼 보조금 형태의 지원을 업계가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형태의 지원은 재정당국 등에서 우려의 시각이 많다"며 "현재 여행업 피해상황 전수조사가 마무리돼 가는 상황인 만큼 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쿠폰, 트래블 버블 등 활로 찾아달라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10일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2020.06.10.   radiohead@newsis.com[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10일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2020.06.10. [email protected]
여행업계는 융자 지원도 감사하지만 여행 소비쿠폰 재개나 해외여행교류 재개 등 업계가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맞춰 중단됐던 소비할인쿠폰을 재개키로 결정하면서 이 중 △이용 인원 제한 △출입자 명단 관리 △이용자 간 거리두기 등 방역 측면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 숙박·여행 분야를 제외하자 업계는 이례적으로 반발의 목소리를 낸 이유다.


전날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회장단 명의 성명을 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8대 소비할인쿠폰 재개 대상 중 숙박과 여행이 빠진 것은 여행업 종사자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도 "3만3000여개 관광사업체와 30여만명의 업계 종사자 및 가족들이 생사에 기로에 서 있다"며 숙박·여행 소비 할인권과 근로자 휴가지원 등 국내관광 활성화 사업 재개를 촉구했다.

여행업계는 꽉 막힌 여행교류도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여행업계 주요 매출이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가 아닌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와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에서 나오는 만큼, 해외 입·출국자 자가격리 완화나 방역 모범국끼리의 제한적인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 등의 조치가 있어야 업계 활로가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에서도 여행·항공 등 유관업종을 살리고 경제회복을 위해 자가격리 조치 완화 등 제한적인 여행교류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쑤완나품 국제공항에 특별 관광비자(STV)로 입국한 상하이 관광객들이 방역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태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일반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 이래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받았다. 관광객들은 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위치 파악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마친 뒤 방콕에서 14일간의 격리에 들어간다. /사진=뉴시스지난 20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쑤완나품 국제공항에 특별 관광비자(STV)로 입국한 상하이 관광객들이 방역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태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일반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 이래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받았다. 관광객들은 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위치 파악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마친 뒤 방콕에서 14일간의 격리에 들어간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관광당국은 이 같은 업계의 요구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선을 긋는다. 최보근 국장은 "해외 일일 감염자 수가 30만 명을 넘고 있고 주변국들도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며 "자가격리 완화나 트래블 버블 등의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다만 여행·숙박 할인쿠폰은 코로나 방역 안정화에 맞춰 조만간 시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내수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국내여행이 가장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내일부터 공연, 영화, 체육 분야에 대한 소비할인권 지원이 재개되는데, 방역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외식, 관광, 숙박 등 다른 분야의 할인권 지급도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

문체부도 방역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관련 소비쿠폰 재개 시기를 조율한단 방침이다. 최윤희 차관은 "피해가 극심한 관광업계 추가 지원 대책과 함께 소비 할인권 등 내수대책 추진 시기 등을 방역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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