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0조 빅딜, 공정위 승인은 무난할 듯

(성남=뉴스1) 조태형 기자 = 20일 SK하이닉스는 미국 인텔의 NSG 사업부문에서 옵테인을 제외한 낸드플래시 사업 전체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90억달러, 우리 돈으로 10조3104억원에 달하며 이는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의 매출(15조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 하이닉스 분당사무소의 모습. 2020.10.20/뉴스1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인수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인수 심사 때 시장 독과점 등 경쟁 저해 여부를 따지는데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SK하이닉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이라 무난하게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영업을 전부 또는 일부 양수할 때, 양수 금액이 자산총액의 10% 이상이거나 50억원 이상일 때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SK하이닉스가 밝힌 인텔 사업 양수 규모가 10조3104억원이라 공정위 심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때 시장점유율·시장집중도 변화 등을 산정해 관련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인텔 사업 인수 때 세계 낸드 시장에서 2위 사업자(점유율 19.4%)로 올라선다. 그러나 1위 삼성전자와 점유율이 15%포인트 이상 차이 나고, 3위 이하 기업들과도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아 경쟁제한이 생긴다고 판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가 1위(점유율 35.9%)고 키옥시아(19%), 웨스턴디지털(13.8%), 마이크론(11.1%), SK하이닉스(9.9%), 인텔(9.5%) 등이 뒤를 잇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정 사례가 아닌, 일반적 경우로 봤을 때 이런 시장점유율 상황이라면 인수가 이뤄져도 경쟁제한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낸드는 수요처가 세계 각국이라 해당 국가 경쟁당국의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한국 공정위가 인수를 승인해도, 다른 나라에서 “독과점이 생긴다”며 인수를 불허하거나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한국·유럽연합(EU)·일본·중국·카자흐스탄·싱가포르 등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는데, 현재까지 2개국(카자흐스탄, 싱가포르)에서만 승인을 받은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가 여러 국가에 걸쳐있는 경우 각 국 경쟁당국 간 심사 절차와 관련해 논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승인 여부 등은 기본적으로 각 나라가 독립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