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길 못지않은 충무공의 '백의종군로'를 걷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20.10.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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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전 명지대 객원교수(전 금융감독원 국장) 25일간의 걷기 체험

산티아고길 못지않은 충무공의 '백의종군로'를 걷다


한없이 낮은 자세로 주어진 소임에 임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은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시작과 결과로 백의종군이 쓰일뿐 걸음걸음 내딛는 과정은 다소 묻혀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충무공이 걸었던 백의종군의 길을 꼼꼼히 기록한 책 ‘충무공의 백의종군로를 걷다’(글로벌마인드 펴냄)를 펴보면 그 길들이 눈에 밟힌다. 저자는 30여년간 증권감독원과 금융감독원에서 일한 강전 명지대 객원교수(전 금감원 국장)다.



작가는 지난해 3월1일부터 4월18일까지 충무공의 백의종군로 675킬로미터를 25일 동안에 두 차례에 나눠 계속 이어서 걸었다. 걷기 시작한 시기는 그가 금감원을 퇴직한 지난해 2월 이후 한달여가 채 안 되던 때였다. 길다면 긴 직장생활의 끝맺음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 것은 백의종군의 뜻과 꼭 들어맞았다. 그리고 작가는 5월13일부터 6월2일까지 20일 동안 충무공의 수군재건로 477킬로도 마저 걸었다.

작가는 백의종군로 길은 이순신 장군에게는 슬픔의 길이고 인고의 길이며 나라 걱정의 길이라고 적었다. 백의종군이라는 인고의 시기를 이겨낸 뒤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된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백척간두의 나라를 구한 것이다.



백의종군로(白衣從軍路) 경로를 3년 전에 걷기운동 민간단체(한국체육진흥회)가 서울시 종로1가(의금부 터)부터 경남 합천군 율곡면(도원수부 터)까지 총 670㎞로 설정해 둔 것을 포함해 아쉬운 점까지 꼼꼼히 기록했다.

작가는 미흡한 점도 토로한다. 일부 경로가 난중일기와 맞지 않는 등 고증이 잘못된 부분도 있고, 옛 지도상의 길과 다르게 설정되기도 하였으며, 일부는 산비탈 길이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걸어야 하고, 지자체의 관광 목적에 편승하여 일부 설정됐다는 아쉬움이 그것이다.

작가는 중앙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며 “여러 학자와 전문가들을 통해 난중일기와 옛 지도 등을 철저하게 고증하여 백의종군로 경로를 고증하고, 많은 사람들이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며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애초에 그는 우리나라 지방을 두루 살펴보기도 하고, 퇴직 이후 여생을 어떻게 보낼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로 작정하면서 길을 나섰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걷다 보면 참으로 위대한 모든 생각이 떠오른다’고 말했던 독일의 철학자 니체를 떠올렸다”고 했다.

백의종군로가 스페인의 산티아고(Santiago) 순례길에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테마길이 될 수 있다는 소망을 담아서다.

작가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백의종군로를 따라 걸으면서 인고의 시기를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키셨던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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