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골판지 '수급비상', 택배상자 가격인상 불가피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0.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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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 자료사진. /사진=뉴시스택배 상자 자료사진. /사진=뉴시스


5조 원 규모 국내 골판지 시장이 수급 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국내 주요 골판지 원지(원료) 생산업체의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6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산의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인 대양제지 (9,150원 ▲950 +11.59%) 공장에 지난 12일 화재가 발생한 이후 골판지 원지 가격이 20%가량 급등했다. 매년 골판지 원지 39만t(톤)을 생산하는 대양제지는 국내 총 생산량의 7.5% 안팎을 차지하는 주요업체다.



택배와 수출용 상품박스 등에 주로 쓰이는 골판지는 대표적인 산업용지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생산량은 530만t 규모다. 폐지를 재활용해 생산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소비된다.

대양제지 화재는 최근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수요증가와 올해 7월 시행된 폐지수입 신고제 등으로 수입량이 줄어든 가운데, 대규모 공급업체까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1t당 45만 원이던 상자 겉면용(SK지) 가격을 52만 원으로 17.8% 가량 올렸다. 상자 안쪽용(K지) 가격도 1t당 35만 원에서 43만 원으로 22.9%가량 증가했다. 골심지(S지)도 1t당 36만 원에서 22.2% 뛰었다.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인 태림페이퍼와 아진피앤피 등은 오는 16~9일부터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상자제조 업체에 통보한 상태다. 결국 상자가격과 택배 등 소비자 단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완성 골판지 상자 가격은 15%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 골판지 상자시장은 연간 5조원 규모이며, 이에 따라 7500억 원 가량의 추가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골판지 원지 생산가격 인상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물량도 거의 없고, 대부분 내수에 의지하는 산업구조로 당장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품 상자를 만드는 50여개 중·소업체로 이뤄진 한국 골판지 포장산업협동조합은 비상대응팀을 구성하고 수출자제와 수입확대, 규모에 따른 차별적 거래 등 원재료 수급에 따른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합에선 일본과 대만 등 인근 국가의 제지업체에 수입물량을 확인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만은 생산량 대부분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일본도 올해 12월 이나 돼야 일부 공급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진무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전무는 "대기업과 주요업체 등에만 공급이 몰리는 차별적 거래가 발생되지 않도록 시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정거래법에 따른 정상거래 강제 방안도 검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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