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프레스 컨퍼런스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 사진=김남이 기자
정 신임 회장은 경청과 겸손이 몸에 밴 최고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기자는 자동차 분야를 전문으로 다룬 적이 없어 그와의 인연이 깊지 않지만, 우연찮게 두 번 정도 현장에서 만난 적이 있다.
기자와 함께 있던 회사 선배가 알아보지 않았다면 현대차 그룹이 운영하는 제주해비치호텔에서 그룹의 2인자인 그를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그는 전혀 티를 내지 않는 조용한 모습이었다.
휴식이 아닌 일하는 그의 모습을 인상 깊게 본 것은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였다.
당초 계획에 없던 기자의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CES) 출장에서 만난 정 수석부회장은 여느 기업 3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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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다른 기업들의 3세 경영자들과는 달리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기자들과 부딪히고, 까다로운 질문도 성심성의껏 답하며 헤쳐나가는 적극성을 보였다.
일상적인 신차발표에서도 직접 무대에 올라 미디어와 고객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어필하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당시 수소전기차 넥쏘를 담당했던 개발담당 부회장의 발표가 끝난 후 무대에 오른 그는 글로벌 자동차 기자들에 둘러 쌓여 각각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폭스바겐과 GM, BMW와의 협력 관계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강하게 펼치기도 했다.
기자가 만나 본 재계 3~4세들 중 지금은 총수가 된 일부 오너처럼 기자와 만날 때 안절부절하지도, 의자를 한껏 뒤로 제치고 거만한 자세를 보이지도, 사람과 벽을 치거나 사람을 내려다보지도 않았다.
그와 같이 일하다가 몇 해전 계열사 사장까지 마치고 현재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전직 현대차 그룹 계열사 CEO 출신은 "정 부회장의 장점은 직원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정 신임 회장은 우선 회의에 참석한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훌륭한 귀를 갖고 있다"며 "계열사 사장들만 해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미 들어서 아는 내용도 많고 앞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도 정 신임회장은 일단 끝까지 듣는데 그것은 아주 좋은 최고 경영자의 덕목이다"라고 말했다.
이 전직 사장은 "정 신임회장은 끝까지 들은 후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그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또 해법에 대해 같이 토론하고 지원방안을 고민하는 스타일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는 어릴 때부터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겸손에 대해 엄격할 정도로 교육을 받아 자세를 낮추고 듣는 연습이 된 최고경영자다"는 평을 들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외의 어려움을 극복하기에 최고의 덕목인 '경청과 겸손'의 자세에 더해 진취성을 갖춘 정 신임 회장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