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집 성관계 찍은 드론…불법촬영 걸린 곳, 여기만이 아니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0.10.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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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농촌진흥청 제공.사진=뉴시스, 농촌진흥청 제공.


부산의 고층 아파트에서 드론을 띄워 사생활을 불법 촬영하는 범죄가 발생하면서 드론의 폐해를 둘러싼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공항과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중추시설마저 침투하는 드론을 관리하기 위해 전반적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층 아파트 침투한 드론…사생활 엿본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지난 7일 드론을 이용해 성관계 중인 남녀를 몰래 촬영한 40대 회사원 A씨를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지인인 B씨와 함께 지난달 19일 새벽 0시부터 3시간 동안 부산 수영구 한 고층아파트 등 2곳에서 드론을 이용해 입주민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약 3시간 동안 비행하며 집 안을 촬영하던 드론은 큰 소리를 내며 추락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드론을 수거, 드론 내에서 불법 촬영된 성관계 영상이 다수 발견했다.



당시 드론을 찾으러 오던 A씨는 경찰을 보고 달아났지만 경찰은 현장 CCTV(폐쇄회로TV) 등으로 추적해 A씨를 검거했다. 날아온 드론이 시민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면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사생활 넘어 국가중추시설까지…상당수 조종자 적발도 못해
드론이 사적 영역을 넘어 공적영역으로 침범하면서 안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인천국제공항에 미확인 드론 2대가 발견돼 항공기 5대가 김포국제공항으로 회항했다. 28일에도 인천공항 상공 내 불법 드론 신고가 접수되면서 항공기 2대가 김포공항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찰 조사 결과 26일 불법 드론 비행은 공인중개사 C씨가 인근 아파트 분양 홍보 영상 촬영을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경찰은 C씨를 훈방조치했다. 28일 미확인 드론 조종자는 적발하지 못했다.


공항 이외에도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 중추 시설에도 드론 불법 비행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원전 주변 불법 비행드론 적발 건수만 총 26건이다. 그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9건은 조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불법 드론 비행은 가스공사 시설에서도 11건, 화력발전소도 4건이 감지됐다. 발전소와 공항 등이 드론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서울 강북지역과 휴전선, 비행장·원전 주변 등은 안보상의 이유로 비행금지구역이다. 고도 150m 이상 높이의 드론 비행 및 야간 비행도 금지 대상이다. 인구밀집지역 역시 추락시 인명피해 우려에 드론 비행이 제한된다. 이를 어겼을 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규제도 한계 있다…광범위한 논의 필요"
/사진=뉴스1/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테러 위협을 방지할 수 있는 드론 무력화(안티 드론) 기술 확보와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드론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벼운 소형 드론으로도 도촬을 비롯해 각종 시설·요인에 대한 공격을 가할 수 있다"면서 "드론을 즉각 포착하고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술 및 제도 확보는 물론, 규제만으로 관리가 어려운 소형 드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라 현재는 12㎏ 이하의 드론은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띄울 수 있다. 정부는 내년 1일부터 신고 대상 드론의 기준을 '2㎏ 이상'으로 내릴 방침이지만 2㎏ 이하 소형 드론도 도촬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낮은 처벌 수위와 드론의 폐해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 교수는 "저가형 드론이 널리 보급되면서 드론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그러나 드론에 대한 강점만 드러나고 홍보될 뿐 사생활 침해 같은 드론의 폐해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드론 교육을 강화하고, 문제가 됐을 때 강력한 처벌 기준을 만들어 (범죄 방지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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