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는 최후의 방역 보루…강제퇴거, 계약갱신 거절 금지해야"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0.10.0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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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네트워크가 5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2020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 등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정경훈 기자주거권네트워크가 5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2020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 등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정경훈 기자


코로나19(COVID-19) 극복을 위해 주거 취약층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단체 지적이 나왔다.

서민 주거권 보장 활동 등을 펼치는 주거권네트워크는 5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주거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최후의 보루이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회견은 매년 10월 첫째주 월요일인 UN지정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열렸다.

회견의 사회를 담당한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거리두기 등 방역 수단이기도 한 주거의 의미는 더더욱 중요해졌다"며 "주거 취약계층은 '집에 머물라'는 방역 지침조차 지키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주거권네트워크는 △퇴거 위기의 주거 세입자 및 취약계층 지원 확대 △임대료 감액청구법 개정 및 제도적 지원 △임대료 연체로 인한 계약갱신 거절 및 해지 금지 등 3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김윤형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가난한 사람들은 코로나19 속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며 "반지하·고시원·쪽방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거처에 거주하는 이들, 거리나 시설에 사는 홈리스들은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루를 살아간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대로 겨울이 오면 200~300명의 노숙인들이 한 시설에 들어찰텐데 방역과 주거 관점에서 모두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홈리스들에게 호텔을 쓰게 해주지만 우리나라는 6개월 미만 홈리스들에게만 주거를 제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UN 주거권특보가 코로나19 지침을 통해 권고한 대로 홈리스들을 위해 호텔 또는 모텔의 객실을 확보해야 한다"며 "사용하지 않는 건물은 개조하고 공공기관이 민간 소유 빈집을 활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실업에 내몰리는 일용직·청년 노동자는 대부분 월세를 산다"며 "이들이 월세 미납으로 퇴거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관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청년·임시일용직의 실직 비중과 청년 주거 빈곤율이 높은 서울·수도권 지역에서는 LH공사가 보유한 공가를 활용해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며 "서울시와 SH공사 차원에서 긴급 임시거처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코로나19 경제난 등으로 인해 최소한의 주거 공간을 잃지 않도록 강제 퇴거를 금지해야 한다"며 "일상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전기, 수도, 가스비 미납으로 인한 단전과 단수도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3월 팬데믹 선언 이후 해외 주요 국가와 도시에서는 임대료 연체로 인한 강제 퇴거를 금하거나 유예했다"며 "선진국은 최근 유예 기간을 연장하고 있지만 한국 주거 세입자들은 이와 대조적으로 2기 임대료가 연체되면 계약이 거절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코로나19 비상 시기 동안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계약 갱신 거절 및 해지를 금지하는 내용의 특례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며 "1급 감염병 경제위기를 임대료 감액 청구의 사유로 규정해 임차인이 감액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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