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효과적인 통제 제주…그 뒤엔 평범한 그들이 있었다

뉴스1 제공 2020.10.02 08:06
글자크기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에 팔 걷은 시민들
땀 뻘뻘 방역에 마스크도 한땀 한땀…전국으로 확산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시 연동 삼무로에서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차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있는 고담용씨(52·제주시 연동·자영업)의 고글이 가쁜 날숨으로 인한 김으로 가득 차 있다.2020.10.2/뉴스1© News1 오미란 기자지난달 28일 오후 제주시 연동 삼무로에서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차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있는 고담용씨(52·제주시 연동·자영업)의 고글이 가쁜 날숨으로 인한 김으로 가득 차 있다.2020.10.2/뉴스1©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달 28일 오후 5시30분 제주시 연동 연동주민센터 앞.

이웃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고담용씨(52·제주시 연동·자영업)는 서둘러 의료용 장갑을 찾아 끼더니 잿빛 방역복에 두 다리를 집어 넣기 시작했다. 이어 고글과 마스크를 쓰고 나서는 두 손에 방역용 소독제가 가득 담긴 압축 분무기까지 움켜쥐었다.

그렇게 중무장을 마친 그는 한 시간 동안 약 2㎞를 걸으며 버스정류장이나 도로 표지판, 돌하르방과 같은 시설물과 공원, 쇼핑거리 곳곳을 꼼꼼히 방역소독했다.



마스크 밖으로 날숨이 새어 나올 때 마다 고글에 김이 서려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많았지만 그는 "이제 가을이 왔다"며 괜찮다는 듯 어깨를 한 번 들썩일 뿐이었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에서 방역소독 작업을 해 온 지도 벌써 8개월째.



고씨는 "이게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이라면서도 "사실 저라고 별다른 게 없다. 지금 제주엔 저 같은 사람이 수만 명"이라고 쑥쓰러운 듯 손을 내저었다.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제주에서 전국으로

지난 3월1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정방동 문화의집에서 서귀포시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손수 면마스크를 만들고 있다.(제주도 제공)2020.10.2 /뉴스1© News1지난 3월1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정방동 문화의집에서 서귀포시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이 손수 면마스크를 만들고 있다.(제주도 제공)2020.10.2 /뉴스1© News1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은 말 그대로 코로나19 지역감염을 막기 위한 주민 스스로의 예방·방역활동으로, 코로나19라는 병명이 탄생하기도 전인 지난 2월4일 제주도와 제주 68개 민간단체(총 회원수 3만7967명)가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이·통장협의회, 청년·노인회, 상인회, 새마을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자율방재단, 해병대 전우회 등이 이 민간단체에 속한다.

활동상도 다양하다.

방역당국으로부터 지원받은 방역물품을 직접 활용하거나 필요한 곳에 배부하는가 하면, 손수 면마스크나 비누를 만들어 기부하기도 하고, 웹진이나 리플렛을 직접 제작해 개인방역수칙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을 널리 홍보하기도 한다.

지난 4월1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전문수 위원장(맨 오른쪽) 등 범도민위기극복협의체 코로나19 지역사회확산방지 민간단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제주도 제공)2020.10.2 /뉴스1© News1지난 4월1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전문수 위원장(맨 오른쪽) 등 범도민위기극복협의체 코로나19 지역사회확산방지 민간단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제주도 제공)2020.10.2 /뉴스1© News1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지역사회에 동참을 촉구하는 데도 열심이다.

실제 17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방지 민간단체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1일 결의문을 내고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모두가 방역 주체가 돼 달라"고 거듭 호소했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찍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3일 제72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제주4·3의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언급하며 "제주의 '우리동네 우리가 지킨다' 운동이 서울·경기·인천·나주·부산·울산 등 다른 지역에서 보고 배울 만큼 민·관 협력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할 정도다.

◇"안 두렵다면 거짓말…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시 연동 삼무로에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차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2020.10.2 /뉴스1© News1 오미란 기자지난달 28일 오후 제주시 연동 삼무로에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차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2020.10.2 /뉴스1© News1 오미란 기자
하지만 이들도 코로나19가 두렵기는 매한가지다.

현장에서 만난 연동의 한 민간단체 회원은 "앞에는 제주국제공항, 옆에는 유흥가, 뒤에는 학교들이 몰려 있는 곳이 연동"이라며 "코로나19가 두렵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주는 방역당국의 통제범위를 벗어나는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유일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감염경로를 보면 제주 확진자 59명 가운데 49.1%(29명)가 수도권, 30.5%(18명)가 외국으로, 여전히 확산 가능성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4일까지 9일 간의 추석연휴 기간 무려 30만 명이 제주로 몰려올 것이라는 소식은 제주도민 입장에서 공포로도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강석진 연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애초에 못하겠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시작도 못했고, 지금까지 하지도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관광객에 대해서도 그는 "관광산업이 기반인 제주에서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이들일 수 있다"고도 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에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0.10.2 /뉴스1© News1 오미란 기자지난달 28일 오후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거리에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20.10.2 /뉴스1© News1 오미란 기자
민간단체와 함께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제주도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예방·방역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운동을 지역경제 살리기 범시민 운동으로 전환해 추진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민간단체들도 호응하는 분위기다.

전문수 민간단체 비상대책위원장(제주도새마을회장·㈜삼익 대표이사)은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뿐이고, 이는 코로나19와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하루하루 긴장 속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모든 분께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