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민심 격앙시킨 동남권신공항 논란…이번에는?

뉴스1 제공 2020.10.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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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논의 시작…대선 단골 공약
민주당 '가덕신공항' 약속했지만 불투명, 민심 악화일로

29일 오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유치 부울경 시민 총궐기대회'참가한 최종태 수영구의원이 삭발을 하고 있다. 2020.9.2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29일 오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유치 부울경 시민 총궐기대회'참가한 최종태 수영구의원이 삭발을 하고 있다. 2020.9.2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뉴스1) 박기범 기자 = 동남권 관문공항을 두고 PK지역(부산·울산·경남)이 또한번 뒤집혔다. 신공항 문제의 시작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2020년. 무려 18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논란이 될 만큼 신공항 사업은 지역의 숙원사업이다.

대선, 지방선거 때마다 주요 공약으로 떠올랐으며, 정부의 국책사업 결정 이후에도 또 다시 쟁점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PK민심을 뒤엎을 ‘블랙홀’이란 평가마저 나온다. 과연 2020년에는 신공항 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을까.



◇ 신공항 시작은 2002년 돗대산 사고

동남권 신공항은 1990년대 부산 주도로 추진됐다.



2002년 4월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로 16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래 김해공항의 안전·소음문제, 시설용량 포화를 해소하기 위해 김해공항보다 나은 입지에 건설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본격 논의됐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됐다.

◇ 대선, 지방선거 단골 공약…극심한 영남권 갈등


정치권에서는 부산민심을 얻기 위한 단골 공약으로 가덕신공항을 이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가덕신공항'을 약속했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2014년 선거 당시 가덕신공항에 시장직을 걸었다.

2016년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총선에서 부산에서 민주당 의원 5명이 당선되면 가덕신공항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시 총선결과 민주당은 5명이 당선되며 3당 합당 이후 최대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지역갈등은 극심했다. 가덕신공항을 지지하는 부산과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등은 서로를 향한 감정싸움을 이어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역간 갈등이 심화되자 2011년 사업을 백지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갈등은 계속됐는데 2016년 김해신공항 발표 전 지역정치권은 물론, 각 지역 언론 역시 신공항 유치를 위한 여론전을 펼쳤다.

그러다 2016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 사업으로 결정됐다.

◇ 김해신공항 결정됐는데도…지방선거 이후 또다시 갈등 속으로

국채사업으로 결정되면서 논란이 일단락 될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또 한번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 갈등은 지역간 갈등보다 영남권과 정부와의 갈등이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제1공약으로 '가덕신공항'을 내세웠고, 여기에 김경수 경남도시자, 송철호 울산시장 등 같은 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동남권 관문공항'에 동의하면서 다시금 논의가 시작됐다.

부산, 울산, 경남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김해신공항을 반대하고 이를 검증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김해신공항을 정상 추진하려는 국토부와 갈등을 겪었다.

이에 부울경은 검증결과를 바탕으로 국토부가 아닌 국무총리실 검증을 요청했고, 지난해 6월 국토부와 부울경은 국무총리실 검증에 합의했다. 이어 12월 검증위가 구성되면서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검증과정을 두고 지역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총선 결과 부산에서 민주당은 패배했는데, 원인으로 지지부지한 신공항 사업을 꼽는 이들도 많았다.

◇ 검증결과 발표임박…거세지는 부울경 반발

길었던 김해신공항 검증도 막바지에 들어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9월말을 전후해 발표하겠다고 밝혔고, 검증위 역시 전체회의를 통해 마지막 정리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당장 부실검증 우려가 제기됐다. 부울경은 김해신공항의 안전성, 확장성, 24시간 운영불가 등을 이유로 가덕신공항 건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검증 과정에서 안전부분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검증위 전체회의에서 안전분과 검증위원 다수가 보고서에 검증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회의도 보이콧했는데, 이들이 없는 상태에서 보고서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시작으로 민주당, 시민단체 등은 일제히 부실검증 문제를 제기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검증, 김수삼 검증위원장 사퇴, 김현미 국토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민주당 대표까지 겨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PK악재 고심 민주당…신공항 민심까지 놓치나

이번 논란으로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출구전략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28일 결의대회,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1인시위 등이 부산 전역에서 이루어지며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부산출신으로 지역 현안을 누구보다 잘 알 것으로 기대됐던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을 버렸다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들린다. 기자회견에는 "대통령이 변했다"를 시작으로 "변명하기 바쁜 부산출신 대통령" "당신 입으로 말한 가덕신공항, 당신은 비겁하고 치사하다" "시민을 농락하고 속였다" "아주 나쁘고 비겁한 정치인" "시민 상대로 사기 친 아주 비겁한 정치인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29일 가덕도신공항유치국민행동본부는 부산시청 광장에서 가덕신공항 촉구 시민 총궐기대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라"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신공항 사업을 주관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수삼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장, 정세균 국무총리, 국무총리실 검증 결정 당시 총리였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을 겨냥 "지방몰살 4적"이라며 "문 대통령은 즉각 해임하라"고 비판했다.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를 겨냥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낙연과 8년 전 가덕신공항 지지를 외면하는 정세균은 꿈도 꾸지마라"고 말했다.

부산은 전통적 보수텃밭으로, 민주당은 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2016년 총선에서 5석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대선, 지방선거 등에서 연전연승을 했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3석만 간신히 건진데 이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사퇴하면서 민심은 악화일로다. 여기에 신공항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와 여당을 향한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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