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中연구소 발생" 옌리멍 배후는 트럼프 측근?

머니투데이 이지윤 기자 2020.09.1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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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리멍 홍콩대 공중보건대 박사/사진=뉴스1옌리멍 홍콩대 공중보건대 박사/사진=뉴스1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고 주장해 파장을 몰고 온 옌리멍 박사의 배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홍콩대 공중보건대학원에서 바이러스학과 면역학을 전공하고 지난 4월 미국으로 망명한 옌 박사는 '법률 사회 및 법치 재단'(Rule of Law Society & Rule of Law Foundation·ROLS)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소사이어티'란 약칭으로 불리는 이 단체는 최근 미국에서 조직된 대표적 반중단체다. 트럼프 정부에 몸담았던 극우 인사인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와 지난 2018년 미국으로 도피해 중국 공산당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중국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가 설립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배넌 전 전략가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 캠프를 총괄 지휘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트럼프 정부 우파포퓰리즘·반이민 정책의 뼈대를 세운 인물로 알려졌다. 현재 온라인 모금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궈원구이는 중국 부동산 회사인 '베이징정취안홀딩스' 회장으로 중국 공산당 고위직의 금고지기 역할을 하다 지난 2014년 부패가 적발돼 뇌물·사기·납치·강간 등의 범죄 혐의를 받게 되자 미국으로 도피했다. 지난해 4월 인터폴 적색수배 명단에 올랐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사진=로이터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사진=로이터
이번 사태는 옌 박사 연구팀이 14일 개방형 정보 플랫폼 '제노도'에 "코로나19는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는 내용의 26쪽 분량 논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코로나19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와 일치하지 않는 생물학적 특성을 보여준다. 이 바이러스는 6개월 안에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옌 박사는 대표적 근거로 "코로나19 게놈이 2015~2017년 중국 충칭의 3군의학대 실험실과 난징의학연구기관에서 발견된 '박쥐 코로나' 게놈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과 "퓨린 분절 부위가 발견됐다"는 점 등을 들었다. 퓨린 분절 부위는 '스파이크 단백질'이란 인체 세포에 달라붙는 부분이 두 부분으로 잘리면서 스파이크 단백질의 모양이 달라진 부분이다.


그러나 서구권의 전문가들은 옌 박사의 논문이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옌 박사가 주장한 '중국 책임설'의 문제의식엔 일부 공감하지만, 주장만 있을 뿐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선 코로나19가 자연 발생했다는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에서 바이러스학을 전공하는 아린제이 베나르지 박사는 "자연 속의 모든 DNA 서열에는 '분절 부위'가 있다"며 "코로나19 유전자에 분절 부위가 있다고 해서 중국이 만들었다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대 진화생물학자 칼 버그스트롬 교수도 "(옌 박사의 논문은) 기괴하고 근거 없는 논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트위터는 16일 옌 박사의 게시글이 자사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계정을 중단 조치했다. 트위터는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를 담은 게시글에 경고 문구를 붙이고 있는데, 옌 박사의 계정은 경고에 그치지 않고 아예 계정 자체를 정지했다.

중국 출신 바이러스 학자 옌리멍 박사는지난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입증할 과학적 증거를 갖고 있으며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옌 박사가 과거 인터뷰 중인 모습.  2020.09.13./사진=뉴시스중국 출신 바이러스 학자 옌리멍 박사는지난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입증할 과학적 증거를 갖고 있으며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옌 박사가 과거 인터뷰 중인 모습. 2020.09.1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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