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車돌진, 마스크 왜 안써…노년도 청년도 '분노사회'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김현지A 기자 2020.09.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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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최근 말다툼 등 사소한 갈등이 대형 사건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존에는 고립감과 좌절이 큰 고령층이 비교적 '분노범죄'에 비교적 취약하다고 평가받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와 심리적 우울감 만연으로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분노범죄가 번지는 양상이다.

편의점 車돌진 30대 "내딸 그림 잃어버려서"
16일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쯤 30대 여성 A씨가 평택 도곡리 한 편의점 점주와 말다툼을 벌인 뒤 자신의 제너시스 차량을 몰고 편의점으로 돌진했다.



A씨는 편의점을 들이박은 뒤에도 약 20분 동안 차량을 앞뒤로 움직이는 등 계속 난동을 부리며 편의점 내 물건을 파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요구했으나 A씨가 불응하자 공포탄 1발을 발사해 A씨를 제압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월에도 이 편의점에서 점주와 다투는 등 갈등해 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편의점 본사가 주최하는 그림대회에 딸의 그림을 접수해달라고 했지만, 편의점 점주가 고의로 그림을 접수하지 않아 언쟁을 벌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편의점 점주가 고의로 A씨 딸의 그림을 접수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택배 이송 과정에 분실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A씨는 이를 오해해 점주와 갈등을 빚다 분을 참지 못하고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 제멋대로 행동한 고교생을 점주가 폭행한 사례도 있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4일 손님을 때린 편의점 업주 B씨(39)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3일 오후 6시 55분쯤 광주 서구 쌍촌동 한 편의점에서 고등학생 B군(16)의 멱살을 잡아 흔든 혐의(폭행)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B씨는 C군이 스포츠토토 복권 구매자를 위해 마련한 경기 일정 검색용 컴퓨터를 무단으로 사용한 데 격분해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에 '복권을 구입할 수 없는 C군이 개인적 용도로 컴퓨터를 이용해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크 왜 안써"…말싸움이 몸싸움으로
코로나19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코로나19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이후 마스크가 유발한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밤 11시23분쯤 광주 서구 동천동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D씨(48)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했고, 이를 본 E군(17)은 "마스크도 안 쓰고 기침을 하느냐"며 "마스크를 쓰시라"고 말했다. 이에 격분한 D씨는 E군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D씨의 남편도 가담해 E군을 밀치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D씨 부부와 E군을 상호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부근 열차에서 50대 남성 F씨가 승객 2명을 폭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F씨는 '마스크를 쓰라'고 요구한 승객 1명의 얼굴을 신고 있던 슬리퍼로 가격하고, 이를 저지하던 다른 승객의 목을 조르거나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실제로 마스크 관련 시비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말 경찰 발표에 따르면, 서울에서 발생한 마스크 미착용 관련 112신고는 하루 평균 250건을 넘어섰다.

코로나 블루→코로나 앵그리로…청년도 '위험하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지하철 사당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0.9.7/사진제공=뉴스1지난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지하철 사당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0.9.7/사진제공=뉴스1
과거 분노 범죄는 주로 고령층에서 급증했다는 게 관련 기관의 진단이었다.

실제로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범죄자 수는 7만7260명이었는데, 매년 증가해 2017년 11만2360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범행 동기도 2017년 기준 부주의가 13.5%, 우발적이 13.1%로 '기타'·'미상' 등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분노 범죄의 핵심 원인이 되는 우울감은 노년층을 넘어 젊은 연령대로 확산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의적 자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건수는 107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792건) 대비 35.9% 늘었는데, 20대의 건수는 전년 대비 80.5%, 30대는 87.2% 증가하는 등 전 연령층 대비 청년층 우울감이 확연히 커진 점이 드러났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우울·무기력감의 뒷면은 분노"라며 "관련된 돌발행동도 증가할 수 있어 세심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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