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능형 반도체 R&D(연구·개발)에 올해부터 2029년까지 총 1조96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0년간 삼성전자에서 디램(DRAM)·F램·M램·P램 등 신(新)메모리연구 프로젝트를 이끈 정홍식 UNIST(울산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미래반도체연구센터장· UNIST 기술자문단장·사진)는 “차후 로봇과 헬스케어 등 미래 성장동력에 필수인 AI 성능·서비스 수준을 높이려면 지능형 반도체를 장기적 관점에서 키워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홍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미래반도체연구센터장· UNIST 기술자문단장)/사진=류준영 기자
정 교수는 중국 칭화대에서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이자 AI연구센터 연구원을 지내다 지난해 7월 UNIST에 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이른바 ‘뉴로모픽 반도체’ 연구와 관련 전문인력 양성에 매진한다. 이 기술은 앞으로 얼굴인식, 자율주행차, IoT(사물인터넷), 지능형 센서 등의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다음은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UNIST 제1공학관에서 진행한 정 교수와 일문일답.
-지능형 반도체, 왜 기회인가.
▶지능형 반도체는 AI가 필요로 하는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CPU(중앙처리장치)를 만드는 회사는 인텔, AMD 등 전세계에 몇 곳 안되지만 지능형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는 중국 칭화대 출신만 50곳 넘게 있다. 미국 반도체기업 자일링스가 칭화대 전자공학과 출신 젊은이들이 창업한 AI반도체회사 선젠커지를 수천억 원에 인수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업계도 몇 배 이상 성장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반도체분야를 울산지역 전통 화학기업들과 어떻게 연결지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지역 중소·중견기업이 순도 있는 물질을 만들었다고 해서 삼성이나 SK하이닉스에 바로 납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기업에 납품하려면 적어도 만든 물질이 제대로 워킹(Working·작업) 하는지 어느 정도 성숙도를 갖췄는지를 제3자가 평가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 UNIST 연구지원본부 나노소자공정실엔 약 1000㎡ 규모의 클린룸(청정실)과 반도체 CMOS(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 전공정을 진행해 반도체소자를 만들 수 있는 연구라인을 갖췄다. 이를 통해 삼성·SK하이닉스가 원하는 데이터를 간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UNIST만 해도 최근 한 달 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기술논문을 많이 냈다. 국제 유력 학술지 82개에 등재된 논문의 연구자·공저자의 기여도 등을 종합산출해 평가하는 ‘네이처인덱스’에서 올해 학술기관 순위 국내 5위, 세계 160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산업 측면에서 접근하는 인재양성법은 여전히 이론 위주 테크니션레벨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현장 대응 학습이 요구된다. 반도체 소재 관련 산업은 계속 빠르게 발전하며 변화한다. 국산화에만 집중하면 자생력이 안 키워진다. 체계적으로 소재·부품·장비 관련 인재를 양성할 ‘하우’(How)도 구체화할 단계다. 실제로 소재·부품·장비 인재육성 사업을 보면 석사 또는 학위과정이 아닌 단기과정이 많다. 이러면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인력을 배출하기 힘들다. 그래서 일반 대학원생 반, 기업체 종사자 반으로 이뤄진 ‘반도체소재·부품융합대학원’을 만들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융합대학원의 차별점은.
▶반은 일반학생, 반은 대기업 및 중소·중견기업에서 일하는 현직 기술자를 참여시켜 연구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나온 성과물은 곧바로 사업화로 이어진다. 또 학생들이 필드로 나가 프로젝트를 계속 수행하다 보면 새로운 비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 있을 때 놀란 건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줬다는 거다. 이런 방식의 인재 확보방안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