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만으로 집사면 은행계좌·세금정보 들여다본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0.09.1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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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만으로 집사면 은행계좌·세금정보 들여다본다


내년부터는 주택 구입 자금에서 현금과 대출 비중이 매매가격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이면 정부가 계좌·세금 정보를 자동 조회한다. 주택 매매가격이 시세보다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도 개인정보 조회 대상에 들어간다.

부동산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가 본인이 매수한 아파트 단지에 대해 일반 투자자에게 반복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된다.



9일 정부 관계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내년 초 부동산 감독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을 위해 정부조직법 직제령과 직제규칙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부동산분석원을 외부 독립기구로 출범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국토부 산하에 두기로 결론을 낸 만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고치면 설립 근거는 법적으로 마련된다. 법무부, 금융위원회, 경찰청 등 파견인력을 포함해 총 인원은 50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부동산분석원의 기능·역할 강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동산 실거래신고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지만 정부는 별도 법 신설에 무게를 뒀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달 안에 법안을 제출해 올해 안에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법안의 핵심은 계좌정보와 세금정보 조회 권한을 어디까지 줄 것이냐다. 범위에 따라서 부동산분석원의 실거래 조사 범위와 기능 강화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임시조직인 국토부 불법행위대응반은 시세 기준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만 당사자 소명자료에 의존해 실거래 조사를 해 왔다.

국토부는 자금조달계획서에 적힌 주택 구입 자금이 대부분 현금으로 구성돼 있거나 대출액이 주택가격 대비 현저하게 많은 경우 은행 계좌정보나 국세청 세금정보를 조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매매가격이 주변 시세 대비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경우도 개인정보 열람 대상에 선정될 수 있다.


가령 35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전액을 차입금으로 조달한 경우 정상 거래인지 복수의 은행 계좌를 조회할 수 있다. 현금만으로 주택을 구입했다면 평소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 국세청 납세 정보를 활용해 허위 여부를 가린다.

현금만으로 집사면 은행계좌·세금정보 들여다본다
정부 관계자는 "은행 창구에서 일정금액 이상의 현금거래를 하면 자동으로 금융회사가 신고해야 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 기준을 참고해 현금 기준이나 시세 기준을 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FIU는 은행창구에서 현금으로 1000만원이 넘는 입·출금 거래가 발생하면 '자금세탁' 의심 건으로 분류해 의무 신고하도록 하는데 연간 1000만건이 신고된다. 부동산 실거래 신고는 지난해 기준 161만2000건 이뤄졌는데 가운데 이상거래 조사 대상은 전체의 2%인 3만6000건 이었다.

특별법에는 인터넷 카페나 유튜브,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인플루언서와 스타강사의 처벌 기준도 처음으로 들어간다. 국토부가 참고 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의 기준을 보면 자본시장법상 '본인이 주식을 매수해 놓고 자기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영향력을 이용해 일반 투자자에게 허위 사실이나 풍문을 유포한 경우'다.

부당하게 얻은 이익 규모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는데 실제 이익을 보지 않았더라도 1년 이상 징역, 5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으로 부동산 인플루언서도 본인이 매수한 부동산에 대해 시세조정 목적으로 다수에게 반복적으로 매수를 권하는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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