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구본무 회장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하며 총수 자리에 올랐다. 친아버지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지만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해 후계수업을 착실히 받았다. 양부의 예상치못한 와병과 별세로 세간의 예상보다 빨리 상무에서 회장으로 직행했다. 취임 당시 그의 나이는 41살(1978년생)이었다.
40대 총수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재계가 젊어지고 혁신이 가속화 될 것이란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 넘버 원-투 그룹인 삼성과 현대차의 총수는 왜 아직도 ‘부회장’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정의선 부회장은 1970년생으로 50대에 접어들었는데 아직 부회장 중 가장 높다는 ‘수석부회장’ 타이틀만 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1968년생으로 앞서 거론된 그룹 총수 중 가장 연배가 높은 축이다.
하지만 많은 재계 관계자들은 ‘사실상의 총수’란 점을 주목한다. 국내외 상징적 이미지나 비즈니스 등을 감안할때 부회장과 회장님은 큰 격차가 있다. 회장 역할을 하면 됐지 굳이 직함까지 맞출 필요가 있냐고 하지만 비즈니스 관계, 특히 해외에선 예우하는 ‘급’이 다르다고 한다. 부자지간이란 사적인 가족관계를 넘어 ‘그룹의 이익’을 기준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를 불효로 여긴다면 이 역시 ‘공사구분’ 차원에서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효(孝)의 관점이 아니라면 아마도 여론과 권력, 정치권의 눈치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힐 법하다. 이재용, 정의선 부회장은 대한민국 재계의 상징인 만큼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그 어느때보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고 내편 네편이 갈라져 있는 세태에서 굳이 주목을 받을 필요가 있냐는 생각에 ‘회장 등극’을 미루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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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의 경우 최근 검찰이 승계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 결정을 내렸다. 삼성 안팎에선 만일 이런 환경에서 ‘회장님’이 된다면 괘씸죄까지 추가됐을 것이란 웃픈 얘기도 나돈다. 정말 이런 이유가 담겨 있다면 ‘기업하기 힘든 세상의 회장’이 무슨 소용이냐는 자조로 들려 더더욱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