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더 위험하다…코로나19 면역반응 무뎌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9.0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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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미지/자료사진코로나19 이미지/자료사진


65세 이상 고령층 남성이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코로나19(COVID-19)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28일(현지시각) 영국·스페인 및 유럽국가 공동으로 이뤄진 코로나 항체(인체 면역 단백질)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한 연령별·성별 위험도 수치로 보도했다.

의학전문가들은 감염치사율(infection fatality rate)에 가장 큰 예측 변수로 ‘연령’을 꼽았다. 감염치사율은 코로나19 확진자와 무증상자를 모두 포함해 감염자 중 사망자가 어느 정도인지를 예측하는 수치를 말한다.



각국 연구진의 결과를 종합하면 나이가 들수록 사망위험은 급격히 증가하며 특히 남성이 더 위험하다.

먼저, 영국 연구진이 6월 20일부터 7월 13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약 11만 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항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검사대상의 약 6%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진은 1000명당 9명(0.9%)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또 감염치사율은 15세~44세 연령층에선 0%에 가까웠지만, 65세~74세 사이 연령층과 75세 이상 연령층에선 각각 3.1%와 11.6%로 급증했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가 지난 4월 6만1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반적인 코로나 감염 치사률은 0.8%로 나타났으며 50세 미만에선 0%에 가까웠지만, 80대 이상에선 7.2%로 높았다.

스페인 연구진은 성별 코로나 치사율의 차이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80세 이상 여성에선 4.6%로 나타났다”며 “남성의 사망 위험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성별에 따른 치사율 차이는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가 성별에 따른 면역반응 차이에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면역계가 병원체를 상대적으로 일찍 탐지하고 반응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예일대 아키코 이와사키 교수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보면 코로나19에 걸린 여성은 남성보다 세포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를 더 많이 생산하는 반면 남성은 고령화될수록 T세포 반응이 무뎠다.


영국·스페인 연구진의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논문 사전공개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공개된 것으로 아직 동료평가를 받지 않은 상태여서 반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메드아카이브에 올라온 유럽국제공동연구진의 45개국 사망위험도 분석결과에서도 65세 이상 감염치사율은 5.6%로 나왔다. 미국 다트머스대 앤드루 레빈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60세 노인의 코로나19 감염은 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에 50배로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 각국 조사결과를 보면 사망 치사율 수치가 약간씩 다른데 이는 조사 대상 환자가 당뇨병이나 비만, 심장병과 같은 기저 질환을 앓고 있었을 가능성과 해당국의 보건의료시스템 수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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