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러나 아이러니했다. 아이들이 보였다. 2주째 어린이집을 못 갔다. 날마다 신발을 가져와선, 창 밖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나가면 재미 있겠다." 그 어린 나이에, 벌써 한숨 쉬는 법을 배웠다.
그러면서 "모두가 싫고 두렵지만, 따라가지 않으면 낙오된단 두려움에 따라가고 있을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회식이냐"고 한탄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여전히 별 신경쓰지 않고 회식하는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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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상사가 주도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고 했다. 직장인 송모씨(29)는 "부장님이 'OO씨 송별회는 그래도 해야지'라며 회식을 잡았는데, 다들 쉬이 대답도 못하고 서로 눈치만 봤다"고 했다. 속마음은 다 같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시국이 이런데, 제정신이세요?"
어떻게든 피하려는 이들도 있으니, 핑계도 늘었다. "아이가 아파서 가야한다고 했어요."(35살, 3살짜리 아빠 김모씨), "장염에 걸려서 술을 못 마신다고…."(29살, 이모씨), "아빠 생신이라고 했어요. 지난달에 이미 했는데요."(37살, 박모씨) 그러나 속마음은 같았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알아서 좀 피해주면 안 되나.'
원치 않는 회식에, '불화'까지 겪는단 얘기도 있었다. 직장인 서모씨(41)는 "어쩔 수 없이 가는 거라고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그건 핑계'라고 대꾸해 싸웠다"며 "누가 가고 싶어서 가겠느냐"고 속상해했다.
회사 의지 중요…피치 못할 땐 '온라인 회식'
온라인 회식을 했다는 직장인. 소주와 삼겹살을 시켜놓았다./사진=독자 제공
직장인 이현지씨(34)는 "우리 회사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마자 부서장들에게 '회식 금지령'을 내렸다"고 했다. 적발될 경우 인사 불이익까지 주겠다고 하니, 잡혀 있던 회식도 다 취소됐다. 직장인 최모씨(28)도 "회식하지 말라고 회사 대표가 직접 언급하니, 알아서 잘 지키더라"라고 했다.
피치 못할 경우엔 '온라인 회식'도 방법이다. 뜻은 모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키는 것. 직장인 허은선씨(38)는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사다놓고(저는 치킨에 맥주), 줌을 이용해 회식을 했었는데 다들 만족해 했다"며 "모여서 회식하는 것보다 더 분위기가 좋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