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5년만의 자사주 매입에 중간지주사 전환 기대 '솔솔'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8.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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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 / 사진제공=SK텔레콤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 / 사진제공=SK텔레콤


SK텔레콤 (51,300원 0.00%)이 5년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자사주 취득의 표면적 이유는 '주가 부양'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면에 주목한다. 앞으로 자사주를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할 것이란 기대다. SK텔레콤이 그동안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자회사들의 지분을 취득해왔기 때문이다.

31일 오전 11시50분 현재 SK텔레콤은 전날보다 1.86% 오른 24만7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8일 주가 안정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 8월27일까지다. 자사주 취득이 완료되면 현재 9.4%인 자사주 비율이 11.9%까지 높아지게 된다.

SK텔레콤이 자사주 취득에 나선 것은 5년만이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자사주를 활용해 타사 지분을 취득하면서 자사주 비율이 10% 밑으로 떨어졌다.



2015년 6월에는 SK브로드밴드를, 2018년 12월에는 SK인포섹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주식 교환을 진행했다.

2019년 11월에는 카카오 주식 218만주(지분 2.5%)를 취득했다. 당시 15만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40만원을 돌파하면서 두 배 이상의 평가 차익을 내고 있다.

이번 자사주 취득은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로 변신한 뒤 SK하이닉스 지분을 추가 취득할 때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SK 지분을 29.56% △SK가 SK텔레콤 지분을 26.78%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을 20.07%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소송에서 SK의 지분을 요구해 최 회장의 지분(18.44%)이 감소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그룹에서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다. 손자회사는 타 기업을 인수·합병(M&A)을 할 때 지분 100%를 사야 해 SK하이닉스의 M&A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면 SK하이닉스의 지위가 자회사로 바뀌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인적 또는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SK텔레콤 사업회사로 분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선 중간지주회사 전환 방법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SK텔레콤의 자사주 매입 속도가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지배구조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주가가 빠르게 먼저 반응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매입된 자사주는 소각되지 않고 M&A(인수·합병),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 지분 교환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그는 "자사주 취득 기간을 1년으로 발표했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3개월 이내에 분할 매수 방식으로 자사주 매입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주요 자회사들이 상장(IPO)을 준비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 앞으로 개정될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회사 SK하이닉스의 지분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분 10%(약 5조5000억원)을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 구주 매출로 지분 매입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원스토어, ADT캡스, 11번가, SK브로드밴드 등의 자회사 IPO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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