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5명… 한국과의 꼬인 관계 풀 인물은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8.3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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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로 꼽히는 5인방.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다로 방위상. /AFPBBNews=뉴스1'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로 꼽히는 5인방.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다로 방위상. /AFPBBNews=뉴스1


7개의 파벌, 5명의 후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병인 궤양성대장염 재발로 임기를 1년여 앞두고 전격 사임하면서 ‘포스트 아베’ 후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 일본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던 국가들도 앞으로 외교 관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7개 파벌, 5명의 주요 후보…우군 모아라
'포스트 아베' 5명… 한국과의 꼬인 관계 풀 인물은
3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차기 총리 후보로 시게루 이시바 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유력한 3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고노 다로 방위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등도 도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내달 1일 차기 총재 선거 일정 및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내달 중순쯤이면 선거를 통해 차기 총재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총재는 곧 차기 총리로 이어진다.

닛케이는 이번 선거가 자민당 소속 중의원, 참의원 394명의 표와 각 도도부현 3표씩(141표) 행사하는 일종의 약식인 '양원 총회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원래 의원표와 지방표는 5:5 비율이지만 약식에서는 자민당 내에서 누가 더 많은 지원군을 확보하냐가 당락을 결정하게 된다.



자민당에는 7개의 파벌이 존재한다. 아베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의원 98명)가 최대 파벌이고, 아소 부총리가 이끄는 아소파와 모테기 외무상이 속한 다케시타파가 각각 54명으로 다음이다. 아소파에는 고노 방위상도 속해있다.

이밖에 기시다 정조회장의 기시다파(47명),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의 니카이파(47명), 이시바 전 간사장의 이시바파(19), 이시하라파(11명) 등으로 분류된다. 스가 관방장관 같은 무파벌 의원도 64명이나 된다.

치열한 눈치싸움… 누가 앞서가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AFPBBNews=뉴스1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AFPBBNews=뉴스1
‘친한파’로도 분류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차기 총리 여론조사에서는 1위를 달리지만 이번 '양원 총회' 선거 방식에선 불리하다는 평가다.


닛케이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지역 성장을 중시하는 한편 총리와의 거리를 두어왔다"면서 "자민당 내 ‘이시바파’는 19명으로 영향력이 작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12년 총재 선거에서 지방표는 과반 이상을 획득했지만 의원 표에서는 아베 총리에게 밀리기도 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직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날 시가현을 방문해 지역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자신의 파벌 모임을 갖고 향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AFPBBNews=뉴스1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AFPBBNews=뉴스1
기시다 정조회장은 지난 29일 이사하라파의 이시하라 노부테루 회장과 만나고 다니가키 사다카즈 전 자민당 총재의 자택을 방문하는 등 우군 확보에 나섰다. 같은날 밤에는 자신의 파벌 의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이 약점으로 꼽힌다.

고노 방위상은 29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미국령 괌에서 회담을 가진 뒤 총재 선거에 대해 “지금부터 확실하게 생각해 나가겠다”며 ‘포스트 아베’의 의지를 보였다.

지난 28일 지병인 궤양성대장염 재발로 사임 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AFPBBNews=뉴스1지난 28일 지병인 궤양성대장염 재발로 사임 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AFPBBNews=뉴스1
이날 교도통신 등은 ‘최장수 관방장관’인 스가 장관이 차기 총재 후보 출마의 뜻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어느 파벌에도 속하지 않지만 두루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스가 관방이 현 내각 2인자이자 정책 연속성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평가 받으며 당내 신뢰도도 높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도 “스가 장관은 총리의 오른팔 역할을 충실히 했으며, 코로나19 대응 연속성이 강점”이라면서 “무파벌 지지 의원들이 오는 31일 스가 장관의 출마를 촉구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니카이 간사장도 지난 29일 오시마 다다모리 중의원 의장과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과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스가 장관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선 모무라 하쿠분 선거대책본부장과 이나다 도모미 간사장 직무대행이 출마 의욕을 보이고 있다. 닛케이는 "특정 후보를 지원할지 아직 파벌 내 지원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했다.

최악의 한일 관계, 어떻게 변할까?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AFPBBNews=뉴스1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AFPBBNews=뉴스1
일본의 차기 총리가 누가 선출될지를 두고 한국과 중국 등 이웃나라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국은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빠르게 악화되어서다. 이를 두고, 외교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이날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한국과 중국 양국이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재정립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양국에는 이시바 전 간사장의 당선이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차기 총리로 인해 양국 관계의 향후 예상 평가에 돌입한 상황이다. 중국 내부에선 이미 차기 총리로 이시바 전 간사장을 띄우는 여론전에 나섰다. 신화통신은 “아베의 가장 큰 라이벌인 이시바가 큰 장점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지난 7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을 이유로 일본이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일 계획을 취소하는 것에 이시바 전 간사장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고 소개했다.

한국과 일본 역시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관계를 겪고 있는 만큼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양국간 대화를 촉구하는 등 ‘친한파’로 분류된다고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는 외교전문가들을 인용해 차기 총리가 누가 되든 한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일 분쟁이 지속되면 이득을 보는 국가는 중국과 북한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닛케이도 “한국에선 아베 총리가 반한 감정을 빌미로 정치적 이점을 챙겨왔다는 믿음이 퍼져있다”면서 “일본의 리더십이 바뀌면 강경한 태도도 한결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 대법원의 위안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두고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했던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차기 총리가 당장 코로나19, 경제 회복,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등 산적 한 과제 해결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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