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비가역적역 기후변화연구센터가 내놓은 진단이다. 지난해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발표한 연구성과다. 두 기관은 수학자, 통계학자, 기후과학자들로 2년간 융복합연구를 추진, 수십개의 기후 모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새로운 통계 기법을 개발해 이같은 결론을 냈다.
안순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비가역적역 기후변화연구센터장)/사진=류준영 기자
올해 역대 최장 기간 장마가 끝난 뒤 이어진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3배 이상 급증했다. 또 강도 ‘강’의 태풍이 가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구촌 기후변화 때문이다.
“30년 전 제가 공부 할 때만 해도 대기과학분야 학자들이 많이 없었어요. 하지만 지구 온난화 문제가 차츰 불거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죠. 한국기상학회 내에 6개 분과가 있는 데 그중 ‘기후 분과’가 가장 커요. 관련 과학자들이 한번 모이면 200명 정도 됩니다.”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기후변화 연구 역사는 짧다. 그럼에도 안 교수는 한국의 연구 역량 수준은 선진국 못지 않다고 말한다. “외국에서 처음 만난 학자들이 이렇게 물어봐요. 그 조그마한 나라에서 기후연구를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우리나라가 지구에서 차지한 면적은 매우 작지만 국내외로 다양한 산업 분야를 이끌고 있잖아요. 이 산업들이 실제로 기후변화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과학기술계도 기후 변화에 민감한 거죠. 사회·경제적 파장 등을 고려할 때 기후변화 부분에 우리 나름대로 학문적 역량을 키워나가는 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40여 개 이상의 기후 모형들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르게 미래 기후를 전망한다. 더 자세한 우리만의 기후 모형 설계를 위해 안 교수는 ‘컴퓨팅 자원’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로 수치 모형 실험을 많이 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를 쓸 때가 많아요. 아직 센터가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슈퍼컴을 독자적으로 개발·운영할 정도는 못 됩니다. 지금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기상청의 슈퍼컴을 빌려 쓰고 있지만, 앞으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게 계산할 수 있는 슈퍼컴 자원이 확보된다면 더 활발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