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자 삼성전자 안팎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삼성이 세계 1위인 메모리 반도체에 안주해서는 더이상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이 배어 있다. 지난해 4월 삼성이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세계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보다 시장규모가 2배나 크고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핵심은 AI 반도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AI 연구인력을 200명에서 2000명으로 10배 늘리기로 하고 AI분야 최고 석학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을 영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수년전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AI반도체 기술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초기시장에 불과하다. AI반도체의 최고 단계인 신경망처리장치(NPU)는 기술구현과 공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다. NPU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개발역량과 산학연 인재들을 보유한 한국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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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팔을 걷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 국가전략 2030’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연구개발사업’을 출범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2029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오윤제 디바이스 반도체 담당 프로젝트매니저는 “글로벌 기업들에 뒤진 감도 있지만 우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한 비메모리 강국이자 수년 전부터 AI 반도체를 연구해온 전문업체들이 적지 않다”면서 “산학연의 역량과 우수 인재들을 결집시키면 우리도 AI 반도체 분야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훈, 류준영 기자
주목받는 최기영 리더십..."AI반도체 강국건설 시동"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인공지능(AI) 국가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이 사업은 정부가 2016년부터 추진해왔던 AI 반도체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추진돼 4년여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AI 시대 글로벌 주도권 경쟁의 핵심이자 격전지로 대두되면서 정부도 AI 반도체 개발 지원에 고삐를 죈다. 정부는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에 앞으로 10년간 약 1조원을 투자하는 국가 R&D 사업에 착수했다. 압도적 강자가 없는 산업 초기 단계에서 한발 앞서 핵심기술을 확보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야심이다.
우선 지난 4월 서버와 모바일, 엣지, 공통분야 등에 걸쳐 4개 컨소시엄 28개 수행기관을 선정해 AI 반도체 설계에 나섰다. 2500억원을 투입하는 이 사업에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함께 중소 반도체 업체인 텔레칩스와 넥스트칩, AI반도체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 딥엑스, 오픈엣지 등이 참여하며 10개 대학과 출연연구기관도 가세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2029년까지 세계 최고수준의 연산성능과 전력효율을 갖는 AI 반도체 NPU 10개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국가 AI 반도체 개발 R&D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 반도체분야 전문가로 꼽혀온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최 장관은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40년간 저전력 반도체 시스템을 연구해왔다. AI반도체 연구기관인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지능형반도체포럼에 참여해왔을 정도로 이 분야에 정통하다.
최 장관은 “AI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IC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기반”이라면서 “독자적인 AI 반도체 개발은 국내 AI, 데이터 생태계 혁신을 위한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 반도체 발전전략을 통해 민관협력 하에 미래혁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훈, 류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