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구가 원인일까?···구로 아파트 층간 전염 미스터리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8.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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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 소재 아파트에서 발생한 코로나19(COVID-19) 집단감염과 관련, 주 확산 경로가 층간 공동으로 쓰는 환기구라는 추정이 나와 경각심을 더하고 있다. 현재 구로구는 환기구에 대한 환경 검체를 채취해 검사 중인데, 우리나라는 거주 형태상 아파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최종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27일 구로구에 따르면 26일 오후 7시 기준 구로 소재 한 아파트에서 거주 중인 5가구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다른 층이지만 같은 라인이다. 이 때문에 구로구는 환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져 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이 아파트 확진자간 밀접 접촉한 정황이 없는 데다 같은 라인에서만 확진자가 나왔다는 점만 놓고 볼 때 공조기 혹은 엘리베이터가 현재로는 유력한 감염경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측은 환기구는 몇 가지 가능성 있는 경로 중 하나라며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질본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등 확진자가 만진 데를 또 만져 감염됐을 가능성 등 다양한 원인을 열어두고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장실 에어로졸 환기구 통해 전파 가능성…홍콩 사례도 있다
구로 아파트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화장실 환기구를 통한 층간 담배 연기 전파 등이 사회적 논란이 돼 왔던 만큼 환기구를 통한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한 아파트에서 집단감염된 전례가 보고된 바 있다. 지난 2월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2020년 1월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12번째 확진 환자와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주민이 42번째 추가 감염확정을 받았다. 42번 환자는 12번째 환자 아파트(1307호) 아래층인 307호에 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건물 내 배기관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민 11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전염병 전문가 위안궈융 홍콩대 교수는 “배설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환풍기를 통해 아래층 화장실로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집단감염이 일어난 홍콩아파트/사진=뉴스1집단감염이 일어난 홍콩아파트/사진=뉴스1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때도 같은 일이 있었다. 홍콩의 타오다 아파트 화장실에서 배수구를 통해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조사된 경위는 이렇다. 사스에 감염된 환자가 머물던 아파트 7층 화장실 변기가 고장이 났고, 그의 설사가 바닥으로 흘러넘쳤다. 이 아파트는 배설물을 옮기는 우수 배관과 공기 파이프가 이어져 있던 탓에 사스 바이러스가 위아래 층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나왔다. ‘대변-구강’ 경로를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아파트 주민 321명이 감염됐고, 42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스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통으로 85% 유사한 특징을 지녔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침방울 전파 혹은 직접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공기중 에어로졸도 전파될 수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분변 오염물이나 화장실에서 계속 기침을 하거나 샤워할 때 배출된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형태로 환기구를 통해 확산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구조 다르고, 엘레베이터나 다른 매개체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아야
일각에선 국내에서 이제껏 환기구를 통한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 없는 데다 홍콩과 아파트 설계 구조가 다르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은 만큼, 다른 접촉이 있는지 조사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비아러스/자료사진코로나19 비아러스/자료사진
이윤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도 “만약 아파트 내 공조·환기 설비를 통해 전파됐다면, 각층 화장실 환풍기에서 옥상으로 연결된 배기구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 “그렇다면 저층부에서 고층부로 감염이 확산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박사는 “하지만 공조기 외에 입주민 등의 간접 접촉이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주택 승강기 등을 통한 전파됐을 가능성도 현재로선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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