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비교우위는 군사력이 아닌 OOO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20.08.2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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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인구의 힘’…무엇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가

국가의 비교우위는 군사력이 아닌 OOO다


국가 간 대결에서 우위는 흔히 기술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관총이든 원자폭탄이든 적군도 나름 최첨단 무기를 어김없이 채택할 것이므로 기술 우위를 무한정 유지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인구수다.

최근 수십 년에 걸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민병대는 선진국 침략자들에게 성공적으로 대응해왔다. 소련이 1980년대에 감행한 아프가니스탄 점령 시도나 미국이 2000년대 감행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점령 시도가 좌절된 데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국민의 중위 연령(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해당 연령)이 20세 미만인 반면에 소련과 미국의 중위 연령은 30세를 훌쩍 넘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소련과 미국에 부족했던 요소는 기술이나 의지가 아니라 숫자였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루이 14세 시대의 뛰어난 군사 공학자였던 보방은 수비 시설이 아무리 혁신적이라도 “국왕의 위대함은 백성의 숫자로 측정된다”고 단언했다. 볼테르는 “신은 큰 군대의 편”이라고 주장했고 애덤 스미스는 “어떤 나라가 부강한지를 가장 결정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는 주민의 숫자”라고 단언했다.

일설에 따르면 나폴레옹은 어떤 여인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아이를 가장 많이 낳는 여자”라고 대답했다.



영국이 한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인구 덕분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상하수도가 개선되고 의료보건 기술이 발전하고 물산이 풍부해지면서 영아사망률이 떨어지고 기대수명이 늘어났다. 영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국 인구를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내보냈고 이를 통해 영어를 쓰는 인구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미국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된 까닭도 미국 국민이 유럽 각국보다 잘 살아서가 아니라 그 나라들보다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1870년에 미국 인구는 영국보다 3분의 1가량 많았으며 경제 규모는 동일했다. 두 나라 경제의 상대적인 위치가 1인당 소득 기준으로 반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의 상대적인 규모가 뒤바뀐 데는 인구의 상대적인 규모가 뒤바뀐 것이 훨씬 더 크게 작용했다.

인구의 연령대 분포도 사회 안정성과 연관 있다. 한 사회의 중위연령이 높을수록 그 사회는 안정적이고 사건 사고가 줄어든다. 중위연령이 낮은 사회는 범죄율이 높고 혁명세력이 많다. 스위스의 분위기가 평화로운 것은 그 나라의 평균연령이 40대라는 점이 분명 작용한다.


반면 사회 불안이 끊이지 않는 예멘은 평균연령이 20세 미만이다. 최근 팔레스타인 봉기가 줄어드는 것도 그 지역의 중위연령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엔은 세계 인구가 금세기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11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그때부터 인구 성장 속도가 오늘날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인구가 대체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저자는 인구의 미래 빛깔을 회색, 녹색, 그리고 흰색의 감소 3가지로 예견한다. 노령의 인구 증가를 뜻하는 회색은 사회 폭력성이 즐어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사회경제적 역동성과 혁신성이 줄어드는 단점도 상존한다.

녹색은 인구 증가의 둔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보다 청정한 지구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이다. 흰색의 감소는 백인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미국은 전체의 5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세계가 다시 한 번 인구의 대전환을 맞이할 시점이 되는 셈이다.

◇인구의 힘=폴 몰런드 지음. 서정아 옮김. 미래의창 펴냄. 432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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