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속마음은 '조조'[광화문]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2020.08.18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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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은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마련된 북한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뒤 시 주석 부부가 무대에 올라 예술단 등과 함께 찍은 사진도 보도됐다. 시 주석인 이 자리에서 중국과 북한의 우의를 과시하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공연관람이 특별했던 건 모란봉악단은 북중 갈등의 상징적인 존재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2015년12월 모란봉악단은 베이징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이를 전격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 가버렸다. 핵이나 미사일이 나오는 공연 내용을 놓고 북·중 수뇌부 간 불협화음이 일어난 사례로 평가된다.

시 주석 입장에선 모란봉악단의 공연이 그리 달갑지 않을 수 있고, 다소 껄끄러운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이 공연에 참석한 것은 '실리'위주의 중국 외교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북한이 중국에겐 아직 필요한 나라라는 점에서 모란봉악단의 공연장을 외면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덧붙여졌다.



얼마 전 한 지인은 중국인들의 표면적으론 유비와 관우를 숭상하지만, 실제론 조조를 더 인정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가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조조의 전략과 처세술을 높이 평가하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조조는 '간웅(奸雄)'으로 평가절하됐지만 50여년 전 마오쩌둥(毛澤東)은 "조조는 대단한 정치가, 군사가이자 대단한 시인이기도 하다"며 "조조를 역대 제왕과 견주어 손색이 없다"며 극찬하며 역대 제왕 중 가장 높은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방 말단 관리 출신으로 불리한 조건을 딛고 결국 삼국을 통일한 지도자로 재조명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때론 체면과 자존심을 다 버리면서 결국 통일의 업적을 달성한 조조의 현실적인 생존법에 중국인들이 더 공감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逢山開道 遇水架橋)는 조조가 말한 유명한 고사성어다. 이 고사성어를 시 주석이 2018년 신년사에서 인용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개혁개방은 오늘날 중국 발전을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이자 중국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며 봉산개도, 우수가교를 "인용해 어떤 난관 속에서도 개혁을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조조의 실용주의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중국이 자신들이 '핵심이익'이라고 정한 문제에 대해선 거품을 물고 명분을 따지는 경우가 있다. 홍콩, 신장위구르, 티베트의 인권문제나 대만, 남중국해 등 영토 문제 등에선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의 결사항전도 불사하겠단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국력이 아직 미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과의 사활을 건 싸움을 매번 벌이는 것은 중국에게도 위험한 일이다. 결국 중국은 과거 조조가 그랬던 것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미국과 타협점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미국과의 관계에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지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광양회는 조조의 정적 유비가 조조의 식객 노릇을 할 때 살아 남기 위해 일부러 몸을 낮춰 경계심을 풀도록 만들었다는 계책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힘이 약한 국가에 대한 무력과 보복을 앞세워 주변국을 압박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에 맞춰 이뤄지는 중국의 외교 전략은 옛날 상황에 따라 변신을 거듭했던 조조처럼 변화무쌍하다. 사드(THAAD·고고도 지역 방위 체제) 배치 이후 한국에 대한 보복이나, 미국을 지지한 호주에 대한 보복 등 전랑외교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민족과 지도자가 그렇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영구집권을 열어놓은 만큼 그의 시대는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도 더 오랜 기간 동안 그를 상대해야한다. 그 시 주석이 이르면 올해 안에 한국을 방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이 선물 보따리만 들고 한국을 방문할 것이란 생각은 너무 순진하다. 멍하니 기다렸다간 손해가 클 수 있다.

중국인의 속마음은 '조조'[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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