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공무원 10년 넘게 거주한 '서울 마포 아파트' 판 사연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0.08.14 11:30
글자크기
세종 공무원 10년 넘게 거주한 '서울 마포 아파트' 판 사연


#.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A씨는 같은 부처 다른 직원과 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 혼인 전 부부 둘 다 특별공급(특공) 아파트 분양을 받았는데 혼인신고를 하면 곧바로 '다주택자 공무원'이 되기 때문에다. 주변의 싸늘한 시선, 인사상 불이익 등이 염려됐다. 그런데 공무원 특공은 5년 전매제한이 걸려 중도에 팔 수도 없다.

#. B부처의 한 국장은 최근 무주택자가 됐다.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 10년 넘게 거주한 그는 세종 공무원 특공으로 분양을 받았다. 세종 아파트는 아직 입주 전이지만 분양권도 1주택으로 간주하는 추세라 의도치 않게 '다주택 간부'가 된 것이다. 공무원 특공으로 받은 분양권은 5년 전매제한에 걸려 있어 결국 서울 아파트를 팔고 무주택자가 됐다.



연초이후 32% 급등한 세종 아파트값..특공 전매제한 5년 '뜨거운 감자'
세종 아파트값이 올 들어 31.58% 급등했다. '수용성'으로 불리며 올 상반기 집값 급등 지역으로 지목된 수원 팔달(19.46%) 권선(17.62%) 보다 훨씬 더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 일주일 단위로 2%대 급등한 원인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론 올 하반기 세종 아파트 공급물량이 뚝 끊긴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미디어랩장은 "2018년 1만1674가구, 2019년 8829가구였던 공급물량이 올해는 4062가구로 줄었다"며 "입주물량의 과잉공급이 해소되고 입주도 줄어 매매와 전세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물량을 단기에 늘릴 수 없는 만큼 일각에선 특공 아파트의 전매제한 5년을 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시 공무원이나 학교 교직원, 이전 기업 등은 아파트 공급물량의 50% 가량을 특별 공급으로 받아 왔다. 이들이 모두 5년 간 아파트를 매도할 수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급물량이 줄 수 밖에 없어서다.

물론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 아파트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전매제한을 풀면 다수의 공무원들이 일시에 거액의 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종 청사에 가장 가까운 도담동 도램마을9단지(제일풍경채) 전용 106.6㎡는 지난 7월 30일 11억5500만원(26층)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6일 8억500만원(17층) 실거래됐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3일 실거래가 7억3500만원(11층) 대비 4억2000만원 올랐다. 1년 만에 57.14% 급등한 것이다. 한 공무원은 "전매제한으로 묶인 아파트의 매매 거래만 풀어도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거액의 차익을 본다는 비난이 무서워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물량을 풀어 집값을 잡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세종 공무원 10년 넘게 거주한 '서울 마포 아파트' 판 사연
선배 공무원들이 부러운 신입..이젠 특공 분양도 "하늘의 별따기"
특공 전매제한을 풀어도 실제 집을 내놓는 공무원은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른 공무원은 "지난해까지 집값이 안 올랐는데 올해부터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막상 전매제한을 풀어줘도 집을 내놓으려는 공무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특공은 부처가 이전 시점 기준 5년까지만 가능하다. 부처별로 일부 연장은 해 줬지만 이전한지 오래된 일부 부처는 더이상 특공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신입 공무원의 불만도 작지 않다. 지난해 공무원 특공기간이 지난 한 부처의 신입 직원들은 "선배 공무원들만 혜택을 봤다"고 아쉬워했다. 최근에 이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행정안전부 등은 특공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많이 남아 신입 공무원들에게 인기 부처가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공무원은 "9월쯤 세종 고운동에 신규 분양을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세종 일대가 술렁 거리고 있다"며 "특공이 전체 물량의 절반 가량이나 되지만 분양권 인기가 치솟아 특공도 분양을 받을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엔 2대1을 넘지 않았던 특공 경쟁률이 최근엔 수십대 1로 올랐다는 얘기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