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가 '과로사'에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안 그래도 고된 택배 업무에 물량이 폭증하면서 택배 노동자가 쓰러지고 있다. 오는 14일 사상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을 실시하지만 장기적으로 택배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하지만 정부 공식 통계가 실제 택배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밝힌 과로사 사례 5건은 공단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알려지지 않은 죽음까지 포함하면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모두 24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적발된 위반 내용은 기초 노동질서가 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세부적으로 △연장·야간·휴일수당 미지급 28건 △근로조건 서면 미명시 10건 △주휴수당 미지급 6건 △연차휴가 수당 미지급 5건 등이다. 근로감독 대상인 17개 하청 업체의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 수당 체불 금액은 모두 12억여원에 달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도 145건이나 적발됐다. 컨베이어 등 끼임 사고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사례가 50건에 달했다. 노동자에게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53건이었다.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허브터미널의 상하차시스템은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감전사, 트레일러 끼임 사고 등 사고 유형도 다양하다. 전국의 택배가 몰리다보니 노동 강도가 매우 높다.
물건 배송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크다. 택배 노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택배 기사의 57.7%가 본인의 잘못이 없었는데도 욕설을 듣거나 욕설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 한 10년 차 택배 기사는 "고객 항의가 들어오면 서러울 때도 있고 힘들어서 화를 내고 싶을 때도 있다"며 "속으로 참아가며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열악한 근로 환경에도 낮은 택배 단가는 택배 노동자들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과도한 경쟁으로 2002년 평균 3265원이었던 운임은 지난해 2269원으로 30.5%가 줄었다.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택배 노동자가 보통 박스당 1000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한다.
전국택배연대노조원들이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 = 뉴스 1
정부와 택배업계는 앞으로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택배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심야 시간 배송을 없애고 효율적인 작업환경도 구축한다.
택배사는 주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작업 강도 완화를 위해 신기술을 활용하는 등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영업점은 택배 기사와 서면 계약 체결, 산재보험 가입 지원, 계약 내용 변경 시 의견 청취 등을 추진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번 공동선언은 처음으로 택배업계와 고용부가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았다는 데 있다"면서 "공동선언이 제대로 이행돼 택배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