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의 현대무벡스, 中企 맞춤형 스팩합병상장 고른 이유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0.08.1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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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19년 9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세청장 초청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19년 9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세청장 초청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현대그룹 물류 및 IT(정보통신) 계열사 현대무벡스가 스팩 합병을 통한 코스닥 시장 상장에 나서 눈길을 끈다.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은 시장의 평가를 받는 공모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상장 트랙이다.

현대무벡스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주요 주주로 등재된 계열사로, 2018년부터 상장을 준비해왔다. 시장 환경 등에 따라 IPO(기업공개)에 어려움을 겪자 스팩 합병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무벡스는 엔에이치스팩14호 (2,950원 ▼45 -1.50%)와 합병을 결정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코스닥 상장 예정일은 2021년 1월 29일이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현대무벡스는 2018년 5월 SI(시스템통합) 회사 현대유엔아이가 물류 자동화 회사 현대무벡스를 흡수합병하고 지금의 사명으로 바꾼 회사다.



당시 현대유엔아이의 현대무벡스 흡수합병은 IPO를 위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이란 평가가 나왔다. IT와 물류 간 합병으로 물류 시스템 고도화, IT 서비스 역량 강화 등을 꾀했다.

합병을 계기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당시 실적과 주식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IPO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후 2019년 8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심사 과정이 일부 지연되는 가운데 그 해 11월 심사를 철회했다.


현정은의 현대무벡스, 中企 맞춤형 스팩합병상장 고른 이유
현대무벡스는 현대그룹에서 의미가 큰 회사다. 물류, 승강장 안전문, SI(시스템통합) 사업을 통해 꾸준히 이익을 창출하고 있고, 앞으로 물류 자동화와 IT, AI(인공지능)를 접목한 첨단 기술 산업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현 회장이 지분 28.84%를 보유했고, 현 회장의 자녀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정영이씨, 정영선씨도 지분을 갖고 있다. 최대주주는 현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 (40,000원 ▼500 -1.23%)터다.

또 현대그룹이 2016년 구조조정 작업을 완료하면서 계열사 중 상장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현대무벡스의 상장이 그룹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현대무벡스와 스팩 간 합병비율에 따른 상장 뒤 예상 기업가치는 2034억원이다. 현대무벡스가 스팩과 합병을 통해 172억원을 조달하는 구조다. 다른 스팩 합병 기업과 비교하면 덩치가 크다.

현대무벡스의 기업가치 2034억원은 지난해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33배다. 롯데정보통신 (32,150원 ▲900 +2.88%), 현대오토에버 (151,200원 ▲800 +0.53%) 등 다른 SI 회사의 주가가 PER 10~20배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공격적인 밸류에이션이란 평가도 나온다.

현대무벡스가 최근 물류 자동화, 승강장 안전문 사업 등을 통해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대무벡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716억원, 영업이익은 10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7.4%, 30.9% 증가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무벡스는 대외 인지도 향상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금 조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상장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석유·화학 및 유통·택배 분야 물류 자동화 사업을 확대하고 승강장 안전문 사업의 해외 진출 등을 통해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팩 합병 상장은 비교적 신속하고 효율적인 상장 방법을 찾다 고른 것"이라며 "현대무벡스는 육·해상 통합 플랫폼 기반의 물류 솔루션 등을 통해 현대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무벡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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