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흑인 여성이어야 할까"…블랙홀에 빠진 바이든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20.08.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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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부통령./사진=AFP조 바이든 전 부통령./사진=AFP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대선 레이스를 함께할 러닝메이트(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백인 여성인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거론되면서 새로운 잡음이 일고 있다. 흑인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오기 위한 유인책으로 백인인 휘트머 주지사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 등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번주 중반 러닝메이트를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바이든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는 자메이카계·인도계 혼혈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비롯해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여성 유색인이 거론됐다.



그러던 중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2일 휘트머 주지사를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휘트머 주지사는 앞서 미시간주 내 인종차별 시위나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잘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지만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서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휘트머 주지사를 만난 이후 흑인 여성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분노와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지 롤린스 민주당 전국위원회 흑인코커스 의장은 "그는 흑인 여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휘트머를 선택한다면 그(바이든)는 미시간주(표)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흑인 여성 운동가들도 바이든 전 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공개 서한을 통해 바이든 전 부통령이 플로리다와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등과 같은 경합주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표를 얻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2012년과 2008년에는 흑인 유권자들의 표를 확보한 덕분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지만 2016년에는 흑인 유권자 투표율이 감소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흑인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할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흑인 유권자 단체 '블랙보터스매터'의 라토샤 브라운은 "전국적으로 진행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 등 인종차별 문제로 많은 운동가들이 흑인 여성이 바이든의 러닝메이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그런데 휘트머 주지사를 고려 중이라는 뉴스에 당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바이든이 미시간주지사를 선택한다면, 휘트먼은 흑인 표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흑인 여성 옹호단체인 하이어 하이츠 공동 설립자 글린다 카는 "바이든이 유색 인종의 여성을 선택하지 않으면 러닝메이트의 긍정적인 효과를 망칠 수 있다"며 "만약 그가 흑인 여성을 뽑지 않는다면 그 날은 아주 어색한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의견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싶지 않은 바이든과 그의 대변인들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다만 휘트먼 주지사가 부통령으로 선출될 경우 갈린 길크리스트 미시간주 부주지사가 이 주의 첫 흑인 주지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러나 이 매체는 "부통령으로 흑인 여성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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