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거부" "반려동물로 꼬투리" 세입자 내쫓는법 찾는 집주인들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0.08.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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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다가온 월세 시대, 빛과 그늘(상)-③

편집자주 임대차3법이 월세시대를 앞당겼다. 월세전환을 피할 수 없다면 살고 싶은 월세, 착한 월세를 만들어야 한다. 젊은층의 월세 부담을 대폭 낮추고 싼 월세를 공급 하는 집주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월세제도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현장은 우려가 앞선다. 월세 제도 설계가 제대로 될지, 당장 월세 전환 압박이 시작되지 않을지, 걱정과 불만이 분출한다. 다가온 월세 시대의 빛과 그늘을 2회로 나눠 진단한다.

"집수리 거부" "반려동물로 꼬투리" 세입자 내쫓는법 찾는 집주인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자 부동산 업계가 들썩인다. 전월세 최대 5% 상한률 등 새로운 규제에 묶여버린 임대인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각종 수법을 공유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임대인이 실주거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경우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성인 자녀에게 집을 양도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인상된 양도세율이 적용되기 전 서둘러 자녀에게 집을 양도해 임차인을 내쫓은 뒤 높은 가격으로 다시 전월세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글은 자녀가 아직 미성년자라면 실거주와 월세 계약으로 번갈아가며 고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집을 팔지말고 버텨야 한다는 말로 끝난다.

2018년 12월31일 입주해 2년 계약 만료를 목전에 둔 송파헬리오시티/사진=이정현 기자2018년 12월31일 입주해 2년 계약 만료를 목전에 둔 송파헬리오시티/사진=이정현 기자
또다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임차인의 집수리 요구를 거절하거나 지연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현행법상 중대한 하자의 경우 임대인에게 관리 의무가 있지만 중대하지 않은 하자의 경우 임대인이 별도의 관리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수리를 미루면서 임차인이 불편함을 느끼고 알아서 나가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임대인이 후순위 대출을 받아 3개월간 연체한 뒤 경매 경고문으로 임차인을 압박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에 불안감을 느껴 스스로 계약을 종료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또 임차인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는지 면밀히 살펴 고의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해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이같은 움직임은 오프라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8년 12월31일 입주를 시작한 송파헬리오시티 인근 부동산에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자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입주 초기 매매·전세 물량이 몰려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내줬던 임대인들은 이제 전셋값을 올려 대출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청구하는 경우 5% 상한률이 적용돼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송파헬리오시티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임차인보다 임대인들에게서 전화가 더 많이 온다"면서 "임대인들은 전셋값을 올리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반면 임차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인들은 전화해서 계약종료 방법을 주로 물어보는데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까지 만들어 그러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뾰족한 답변을 내놓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결국엔 연쇄작용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앞으로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갱신청구권에다 상한률 5% 제한까지 생기면서 임대인들은 집값이 적당한 가격까지 오를 때까지 계약을 하지 않고 차라리 비워두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들어 세입자 입장에선 더욱 곤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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