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채권단도 노딜 대비…금융당국 기안기금 지원 시사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박광범 기자, 조준영 기자 2020.07.2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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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 "채권단도 딜 안됐을 때 가능성 검토…기안기금 신청 먼저"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손병두 부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손병두 부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HDC-미래에셋)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HDC-미래에셋이 꺼낸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수용 여부와 관련해 “산은은 당사자가 아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서 계약당사자인 금호산업이 답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HDC-미래에셋이 의지가 없다면 다른 걸 검토해야하지 않냐고 해서 아시아나는 아시아나대로, 채권단은 채권단대로 (매각이) 안됐을 때 가능성을 검토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 무산 후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아시아나항공 지원이 가능하냐’는 물음에 “딜이 안돼 아시아나항공이 신청하면 자격 요건에는 해당된다”며 “결정은 (기금)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윤재옥 미래통합당 의원이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를 검토하느냐’고 질문하자 “(인수 무산 시) 당장 유동성이 부족하면 정부 돈인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지원하는 것을 기자들이 국유화라고 표현한 것 같다”며 “그런 부분도 들어갈 수 있다”고 답했다.



HDC현산-미래에셋은 아시아나항공의 거래 종결시점이 지났지만 부채급증 등을 이유로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교착상태다. 은 위원장은 “HDC-미래에셋은 다시 실사를 하자고 주장하고, 채권단은 무한정 실사한다고 시간을 끌 수 없으니 인수의지에 대해 (HDC-미래에셋에) 답을 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참석에 앞서 기자와 만나 HDC-미래에셋이 꺼낸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수용 여부와 관련해 “산은은 당사자가 아니다”며 “금호산업 측에서 수용 여부를 밝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HDC-미래에셋의 아시아나항공의 재실사 카드는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귀책사유를 찾아 계약해지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즉 아시아나 M&A가 노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채권단 관리가 불가피하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영구채 지원분을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며 산은과 수은은 아시아나 주식 1억3100만주, 36.99%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된다. 영구채의 주식 전환에 앞서 금호산업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감자하면 지분율은 더욱 높아진다. 여기에 아시아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마저 출자전환하면 지분율은 더 높아진다. 사실상 국유화가 되는 셈이다. 은 위원장은 “산은도 광의의 정부”라고 했다. 은 위원장의 발언대로 노딜 이후 아시아나 유동성 지원은 채권은행인 산은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기안기금이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산은이 코로나19 금융지원 여파로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은 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사모펀드 손실 사태 관련해 사과했다. 은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금융당국의 책임자로서 (사모펀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감독·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금감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향후 감독·검사를 강화하고 금융위와 함께 제도 개선도 추진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윤 원장은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는 일부 사모운용사의 불법행위와 자율적 시장감시 기능의 미작동 등에 주로 기인했다고 생각된다”며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을 일부 운용사 탓으로 돌렸다. 특히 윤 원장은 “사모펀드 운용사 수준이 낮은 건 분명하다”며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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