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한항공 극약처방, 유럽·동남아본부 모두 없앴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기성훈 기자 2020.07.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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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한 24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한 24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대한항공이 구주(유럽)지역본부와 동남아지역본부를 폐쇄했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 공적자금 지원에 걸맞은 자구노력을 하기 위해서다.

2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프랑스 파리 소재 구주지역본부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소재 동남아지역본부를 폐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유럽과 동남아 지역의 영업·운송·화물 기능은 각각 분리해 해당 지역 상황에 맞게 본사나 해당 국가 지점에서 담당한다.



조직 슬림화 비용 절감 노려
대한항공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미주(LA)와 중국(베이징), 일본(도쿄) 등 3곳에서만 해외지역본부를 가동한다. 대한항공은 이번 해외지역본부 폐쇄 외에 운행 중단이 장기화 되고 있는 해외 지점의 지점장들도 일괄 귀국시키기로 했다. 비용을 줄이는 한편 조직관리도 효율화하는 포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폐쇄된 지역본부의 업무는 본사와 각국 지점이 관리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사라진 유럽과 동남아 지역본부는 대표적으로 국가별 영업환경이 다른 시장이다. 이에 따라 이전부터 해외지역본부가 각국의 모든 상황을 아우르기에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한항공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본부 기능을 각국 지점으로 이관하면서 각 지역의 운영 전문성을 높일 방침이다. 또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본사와 각 지점이 직접 소통하며 의사결정 라인도 한결 간소화한다.

대한항공의 산 역사 없애는 '진통'
[단독]대한항공 극약처방, 유럽·동남아본부 모두 없앴다
구조조정에도 불구, 대한항공 경영상황은 여전히 '시계제로'다.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있다. 공적자금 공급에 매칭하는 자구안 마련에도 주력하고 있다. 유휴 부동산 매각에 이어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도 떼내 시장에 내놨다.


이번 조직개편 역시 대한항공의 절박함이 반영됐다. 해외지역본부는 대한항공 '수송보국' 이념의 상징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최대한 몸집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구주(유럽)지역은 미주에 이어 두 번째로 개통한 장거리 황금노선이다. 북극항로 개척이 냉전시대 종식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동남아 지역도 지난 1969년 대한항공이 첫 국제선 항공기를 띄웠던 서울~사이공 노선이 포함된 말 그대로 대한항공의 산 역사다.

대한항공, 8월 직원 구조조정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8월 구조조정설이 끊이지 않는다. 항공업계가 받고 있는 고용유지 지원금이 8월에 끊기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으로 릴레이 휴직을 하며 간신히 버텼지만 지원이 끊기면 버틸 여력이 없다. 대한항공 뿐 아니라 연쇄적으로 다른 항공사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180일로 제한돼 있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을 한시적으로 풀어주지 않으면 항공사들이 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 탓에 항공업계 인수합병은 올스톱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의 인수 협상이 사실상 결렬 수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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