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경영권 분쟁, BW 투자자는 웃었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0.07.1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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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진칼 (57,900원 ▲500 +0.87%)의 분리형 공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청약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이 미소를 짓고 있다. 채권과 분리해 팔 수 있는 신주인수권이 상장 후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신주인수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보다 권리 자체를 매도하는 편이 차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3자 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이 치열한 지분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의 신주인수권은 전날보다 350원(1.59%) 오른 2만2300원을 기록했다. 이 신주인수권은 한진칼 1주를 8만25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다. 이날 한진칼 종가는 9만7000원이므로, 신주인수권을 매수한 투자자는 한진칼 1주를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10만4800원)에 사는 셈이다.



한진칼은 이달 초 자회사인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이번 BW 청약에는 7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한진칼의 신용등급은 BBB(부정적)로 투기 등급인데도 불구하고 높은 관심이 쏠린 이유는 신주인수권을 따로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양측이 한표라도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 신주인수권 매집에 나설 것으로 투자자들은 예상한 것이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주총 이후에도 3자 연합 측이 꾸준히 지분을 모으면서 현재 조 회장 측 41.81%, 3자 연합 측 44.82%로 추정된다. BW의 신주인수권이 전량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지분은 최대 5.3%(현재 발행주식 수 대비) 늘어나 유의미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경영권 분쟁 격화에 따라 신주인수권 가격이 추가적으로 상승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주인수권 가격은 한진칼 주가에 따라 움직이는데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이라는 점이 주가에 프리미엄으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주가가 기업의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의 결과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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