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자보험 '2라운드' 경증환자 새시장 열렸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7.17 05:00
글자크기
유병자보험 '2라운드' 경증환자 새시장 열렸다


보험사들이 경증 환자 대상의 유병자 보험을 내놓고 있다. 유병자 보험은 위험률이 높은 만큼 보험료가 비싼 것이 단점이었다. 그렇지만 과거 보험 가입 사각지대였던 유병자 시장이 최근 3~4년 새 급속도로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가벼운 수술이나 입원을 한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저렴한 상품을 꺼내 든 것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병자보험 시장에서 각각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에서 1위사인 메리츠화재 (51,600원 ▼2,700 -4.97%)삼성생명 (88,800원 ▲2,400 +2.78%)은 가벼운 수술이나 단기입원의 경우 이력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들 수 있는 간편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보험료도 기존 상품에 비해 20~25% 가량 낮다.



기존 간편보험은 모든 수술과 단기 입원 시 고객이 별도로 보험사에 고지해야 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판매를 시작한 ‘S간편 종합보장보험’은 최근 2년 이내 수술이나 5일 이하의 입원 이력은 고지 하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맹장 수술로 5일 이하의 입원을 했다면 보험사에 입원 이력을 알릴 필요가 없다. 다만 최근 5년 내 8대 중증질환으로 진단·수술·입원했거나 2년 내 같은 질병으로 30일 이상 투약한 이력이 있으면 가입할 수 없다.

메리츠화재가 내놓은 ‘The편한 알파Plus보장보험’도 기존에 18개였던 건강보험 고지 항목을 3개로 줄였다. 이에 따라 고혈압, 당뇨가 있거나 경증 상해사고, 용종, 치질로 2년 이내 수술한 경우도 서류심사 없이 가입할 수 있다. 이전에는 해당 내용을 모두 보험사에 알린 뒤 심사를 받아야 했다.



불과 5년 전인 2015년까지만 해도 유병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은 거의 없었다. AIA생명, 라이나생명 등 일부 중소형사만 고령자와 유병자 대상의 상품을 판매했는데 이조차도 유병자가 앓고 있는 질병을 보장하지 않는 조건이거나 보장 범위가 암과 사망 등으로 극히 제한돼 가입 수요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유병자 전용 보험의 보장 범위와 보험 가입 가능 연령을 확대하도록 권고하면서 2016년부터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유병자보험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는 생보사들도 가세했다. 2015년 2000억원대에 그쳤던 전체 원수보험료 규모는 2019년 말 기준 2조5000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4년 만에 12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문제점도 부각됐다. 유병자 보험은 일반 건강보험 보다 보험료가 비싸다. 이 때문에 하루 이틀 입원이면 되는 가벼운 질병에 걸린 경증 환자도 보험요율이 세분화되지 않아 증상과 무관하게 비싼 보험료를 내야 했다. 통상 유병자 보험의 경우 일반 보험보다 보험료는 최대 50% 가량 비싸고, 보장 한도는 절반 수준에 그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가벼운 입원이나 수술을 한 사람도 별도의 기준 없이 유병자로 분류돼 보험료 부담이 크고 해지하는 사례도 많았다”며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진 만큼 위험집단을 따로 분류하고 보험료를 세분화한 상품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자보험을 많이 판매한 삼성생명과 메리츠화재가 틈새 상품을 내놓으면서 다른 대형 보험사들도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도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 출시를 살펴 보고 있다”며 “소비자 수요가 있는 만큼 하반기에 비슷한 상품들이 잇따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