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손수현 "'n번방' 등 소신 발언? 꾹꾹 참지만 화나서 한 말"(인터뷰③)

뉴스1 제공 2020.07.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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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현 / 사진=이엘라이즈 제공 © 뉴스1손수현 / 사진=이엘라이즈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평소에 뭐하냐 물어보면은/그냥 이렇게 지내는데요
평소에 뭐하냐 물어보지 말고/일 좀 시켜주세요
굶어 죽을까요/벽 보고 독백만 계속 할까요
(중략)
안되겠다 싶어서/뭐라도 하려는데/뭐야 돈이 없잖아요
그동안 벌은 거 있지 않냐고/ 안 모아 뒀냐고 물어보는데
밥 먹고 술 먹고 월세 내고요/가스비에 통신비에 등등등….

-손수현 자작곡 '프리랜서'의 가사 中-



배우 손수현(32)이 '감독'으로 돌아왔다. 데뷔작이라고 할 수도 있는 단편 영화 '프리랜서'는 제24회 부천국제영화제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상영작으로 초청됐다. 영화제 초청은 상업적인 홍보가 쉽지 않은 독립영화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자,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통로다.

10분 분량인 '프리랜서'는 손수현이 직접 부른 독특한 노래로 시작한다. 영화와 동명인 노래는 얼핏 배우 손수현의 개인적인 이야기 같기도 하고,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이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을 담아낸 것 같기도 하다. 노래가 끝나면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두 친구(손수현, 정수지)가 흑백 화면 속에서 대화를 나눈다. 같은 프리랜서지만 둘의 삶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위축돼 있는 손수현과 여유만만한 정수지의 모습은 프리랜서로서 사는 삶의 현실과 이상을 비교해 보여준다.



최근 부천영화제 공식 인터뷰룸에서 뉴스1과 만난 손수현은 "노트북으로만 보던 내 영화를 큰 데서 보게 되니 떨린다"며 특유의 맑고 해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긴머리를 짧게 자르고 한동안 '숏컷' 스타일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다시 머리를 기르고 있다며 뒷머리 꽁지를 보여줬다. 긴장돼 있던 신인 배우의 옷을 한 꺼풀 벗고, '인간 손수현'의 색깔을 찾은 듯한,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2013년 빅뱅 대성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한 손수현은 쇼핑몰 모델 시절부터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의 '닮은꼴'로 얼굴을 알렸다. 벌써 7년차 배우지만,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것에 비해 작품수는 많지 않다. 초반 대중의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여러가지 일을 겪으며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탓이다. '프리랜서 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최근 새 소속사(이엘라이즈)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돈은 안 되지만 자잘하게 바쁜 일들이 많다"고 말하는 손수현에게서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동물애호가, 비건, 두번째 작품의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감독 겸 배우로서의 삶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②에 이어>


-비건이라고 들었다. 채식주의를 택한 것이 배우로서의 삶에 끼친 영향도 있나.

▶혼자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시나리오 안에서 동물을 먹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미리 얘기해서 바꿀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 영화 '알라딘'에서 알라딘 역할을 맡았던 메나 마수드가 비건이라고 한다. 그래서 '알라딘'에서 고기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다 채소나 과일을 먹는 장면으로 바꿨다고 하더라. 나도 그런 게 가능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내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있겠다.

▶불편함을 느끼는 게 그런 것인 것 같다. 나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게 되게 많고 지금도 있다. 내가 아는 만큼 불편한 것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을 거고, 그런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있다. '성장'이라는 단어를 쓴다면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서 하는 느낌이다. 그렇지는 않다. 더 많이 알아가고, 기민하게 움직이고 싶다.

-평소 책도 많이 읽나.

▶독서도 습관이다. 읽을 때는 읽는데 요즘엔 돈이 안 되는데 바쁜 일이 많아서 못 읽는다.(웃음)

-무슨 일 때문에 바쁜가.

▶그냥 자잘하게 바쁘다. 다 돈이 안 되는 일들이다.

-드라마나 영화의 오디션을 보나.

▶ 안 본다. 못 본다. 나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프리랜서'도 찍게 됐고, 계속 시나리오를 쓰려고 하는 것이 뭐라도 하고 싶어서 그렇다. 이번에 쓰고 있는 시나리오를 제작지원 프로그램에 출품하기 위해서 예산안을 짜보니 4회차만 2000만원 가까이 들더라. 내 돈으로는 못 찍겠군, 싶었다.

-데뷔 때부터 아오이 유우를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계속해서 이런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나.

▶사실 누군가를 닮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것만으로 사람을 재단해버리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잘 안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수식어 같은 게 신경이 쓰였다. 지금은 그냥 신경 자체를 안 쓰는 거 같다. 나는 그분과 아예 다른 사람이고, 내 방식대로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내 자체로 사람들이 봐줄 거라고 생각한다. 머리를 자르고 나서는 닮았다는 얘기를 잘 안 듣는다. 다시 머리를 기르려고 하는데 기르고 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다.

-혹시 머리를 자른 것도 그런 부분을 의식해서였을까.

▶너무 오래 길러서 잘라보고 싶기도 했고,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긴 머리 하나로 평가받는 게 싫기도 했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지금은 거기서 자유로워졌다. 머리를 자를 때만 해도 뭐랄까…내가 말하면 사람들이 '자기가 아오이 유우 따라해놓고'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러려니 하겠다.

-처음에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됐던 계기가 구체적으로 있었나.

▶쇼핑몰 모델을 했었는데 이미지가 그대로 왔다. 내가 어떤 작품을으로 데뷔한 게 아니었다. 사실은 그 이미지 자체로 뮤직비디오를 찍게 됐다. 나는 항상 긴 머리였고, 그 이미지가 그대로 사용됐다. 그렇지만 그랬기 때문에 그 당시에 돈을 벌 수 있었다. 여러 감정이 든다. 그만큼 욕도 많이 먹었으니 욕 먹은 값이라고 생각하겠다.(웃음) 그때는 스스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싫지도 좋지도 않았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욕 먹는 건 싫었지만…머리를 자를 때 여러 감정이 있었는데 내 이미지가 그것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는 신경을 많이 썼지만 지금은 신경 안 쓰려고 한다.

-배우로서 어떤 지향점을 갖고 살아가고 싶나.

▶직업적으로 나는 발언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치인도 아니고, 내 직업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어떤 선택이다. 어떤 작품을 선택한다든지 할 때 그런 것들이 누구도 상처주지 않고 위로할 수 있는 방향이면 좋겠다고 생각 한다. 누군가를 상처주는 데 일조하고 싶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그게 내 바람이다. 그러려면 내가 직업적으로 위치가 단단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요즘에는 많이 하고 있다. 어렵다.

-SNS에 'N번방'에 대해 발언하기도 하고, 소신 발언들을 종종 한다. 기사화가 되고 화제가 되고 하는 것들이 부담스러울텐데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내게 되나.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꾹꾹 참는다. 기사화가 되는 것은 무섭고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눈치도 본다. 그런 게 용기는 아니다. 물론 용기라고 말하는 부분이 뭔지는 알 것 같다. 다른 부담들이 있으니까. 화가 났고, 당연히 내 나름대로 뭔가를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발언하게 되는 것 같다.

-관객들이 '프리랜서' 어떻게 봐주면 좋겠나.

▶어떻게 봐주셔도 괜찮다. 보고싶으신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게 뭐지?' 싶으실수도 있다. 그래도 보고 싶으신대로 보셨으면 좋겠다. 마침 영화가 보고 싶은대로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다. 선입견 없이 있는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인지 말해줄 수 있나.

▶준비한다고 하니까 뭔가 민망하다.(웃음) 제작지원에 냈는데 되면 좋겠다. 결과가 9월에 나온다. 10편 뽑는데 300편 지원한다. 제목은 아직 가제다. 정세랑 작가 소설 중에 '옥상에서 만나요'가 있는데 거기서 따온 가제여서. 바뀌게 될 확률이 높다. 직접 쓴 시나리오다. 같은 집에 사는 세 여자가 옥상에 올라가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제작지원에 당선이 안 되더라도 돈을 모아서라도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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