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명 반대한 서울시葬…추모객 운집한 서울광장 분향소는 갈등 분출구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7.1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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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지하철 동승객·80대 할머니…오열과 욕설의 현장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시민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11일 오전 11시 분향이 시작됐다.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0.7.11/뉴스1(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시민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11일 오전 11시 분향이 시작됐다.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0.7.11/뉴스1


"대한민국서 바나나 못먹나? 반대되는 사람은 여기서 촬영 못하냐고요."

"박원순 시장님을 지하철에서 많이 뵀어요. 이상한 얘기를 했다면 딸이 어떻게든 못 나가게 말렸어야죠."

"아는 사람도 아닌데 자꾸 불쌍해 눈물이 나요."



"(분향소 설치가) 2차 가해 아닌가요."

"조용히 해. 여기 상갓집이야."



"아줌마나 조용히 해"

50만명이 반대한 서울특별시장…'집합금지' 광장에 8000명 인파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시민들이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11일 오전 11시 분향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서울시 제공) 2020.7.11/뉴스1(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시민들이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11일 오전 11시 분향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서울시 제공) 2020.7.11/뉴스1
인파의 행렬 만큼 이나 긴 갈등이 이어진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오직 고통 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모두 안녕" 등 불과 5문장으로 이뤄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언장에 없는 빈 내용을 대신 채우려는 듯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서울광장에 모이고 있다.


특히 5일간에 이르는 초유의 서울특별시장(葬)이 그의 사망 직전 터진 성추행 고소 사건에 비춰 적합한 것이냐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광장은 고인이 코로나19(COVID-19)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 차원에서 집회금지 명령을 내렸던 시설이다. 하지만 지금은 본인으로 인해 인파를 맞는 역설적 상황이다. 현장을 관리하는 서울시 직원은 눈이 충혈된 채 "사람 많아 밥도 못 먹었다"고 했다.

12일 오전 9시쯤 50여명이 고인을 애도하기 위한 시분향소에서 조문을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전날 밤 10시 기준 8150명에 달하는 분향객이 찾았다.

이날 아침부터 경찰과 시민이 실랑이를 벌였다. 분향소 한 켠에서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로 보이는 중년남성이 경찰의 제지를 받아 자리를 옮긴 것. 고인의 지지자들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탓이다. 스트리머는 "목적은 촬영이야"라며 "나 싸운적이 없어. 경찰이 내가 가는 곳 정해줘야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기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선 종로구 부암동에서 온 하모씨(73·여)가 눈시울을 붉힌 채 아름다운재단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고인을 지하철에서 여러 번 목격한 얘기를 했다. 하씨는 "위대한 분이 돌아가신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초유의 서울특별시장이 열린 것과 관련해선 "내가 세금을 많이 내 왔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고인의 딸이 "아버지가 이상한 말을 하고 나갔다"는 말을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말려야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가해다" "상갓집서 조용해라"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10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청사 앞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설치되고 있다. 일반 시민은 서울시가 설치한 시민분향소에서 오는 11일 오전 11시부터 조문할 수 있다. 2020.7.10/뉴스1(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10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청사 앞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설치되고 있다. 일반 시민은 서울시가 설치한 시민분향소에서 오는 11일 오전 11시부터 조문할 수 있다. 2020.7.10/뉴스1
전날엔 한남동에서 온 80대 할머니가 분향하고 눈물을 흘렸다. 고인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지만 동정심을 갖고 찾아왔다고 한다 "서울시를 이끌어갔던 분인데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며 분향한 10대 소년도 있었다. 마치 본인의 가족이 죽은 것처럼 오열하는 분향객도 있었다.

또 한 켠에선 '성폭행범 박원순 서울시청 분향소 절대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든 여성들이 모였다. 보수 단체인 엄마부대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팻말 앞에서 "어떻게 이 시청 앞에서 분향소를 차릴 수가 있냐"고 외쳤다.

박 시장이 지난 10일 자정 무렵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전직 비서가 고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8일 고소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그럼에도 고인을 사실상 성범죄자로 확실시하면서 단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서울특별시장이 전직 비서에 대한 2차 가해나 다름 없다는 논리는 이같은 반감에 따른 것이다. 다만 박 시장의 사망과 전직 비서의 고소사건 간 인과관계는 물론 사건의 실체도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5일간의 장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인다. 참지 못한 중년여성이 "어딜 와서 떠들어"라고 소리를 지르며 분향소를 상갓집에 빗대 설명했다. 그러자 다른 한 켠에선 "아줌마나 조용해"라고 말하는 남성이 나왔다. 현장에선 욕설도 오간다.

고 박원순 시장과 별다른 접점이 없는 듯한 인물, 사건에 대한 얘기들도 오간다. '고 백선엽 장군 장례식을 국가장으로 거행하라'는 피켓을 멘 1인 시위자도 있다.

"역사는 아랑곳 없고 국민은 아랑곳 없고 기득권만 누리려 한다"고 목청을 높인 시민도 있었다. 그 말만 들어선 어느 쪽을 겨냥한 발언인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각자가 가슴 속에 묵혀뒀던 불만이 고인의 사망을 계기로 분출되고 있다.

서울시는 유족과 협의를 거쳐 가족장이나 시민사회장이 아닌 서울특별시 기관장을 결정했다. 정부 의전 편람에 따라 기관장이 재직중 사망하거나 기관 업무 발전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공무원이 있을 때 거행된다.

지지자들은 서울시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발열체크, 손소독을 거쳐 제단 앞에 서게 된다. 가로 9m 세로 3m의 제단 위에 놓인 9500송이 꽃을 앞두고 띄엄띄엄 서야 한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이다. 분향 시간은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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