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칸막이가 설치돼 있는 책상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3 학생./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하지만 수능을 쉽게 출제한다고 해서 반드시 재학생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시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거꾸로 말하면, 수능이 어려우면 재수생이 유리해야 하지만 오히려 상위 1·2등급 비율이 줄어든 해가 많았다.
국어·수학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낮았을 때를 기준으로 이보다 더 어려웠던 수능에서 재수생의 1·2등급 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비교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와 평균점수 차이를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우면 평균점수가 내려가기 때문에 표준점수는 올라간다.
자연계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도 결과는 비슷했다. 가장 쉽게 출제됐던 2015학년도를 기준으로 보자. 고3 재학생이 유리했던 해가 5번으로 더 많았다. 재수생 중 상위등급 비율이 증가한 해는 4번에 그쳤다. 어렵게 출제된다고 해서 반드시 재수생에게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셈이다.
인문계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나형의 분석 결과는 오히려 기대와 반대다. 가장 쉽게 출제됐던 2015학년도 수능보다 시험이 어려워졌는데도 상위 등급 재수생 비율이 증가한 해는 2017학년도뿐이었다. 나머지 8번은 재수생 중 상위등급 비율이 줄었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됐지만 오히려 재학생이 유리했던 해가 8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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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어렵게 출제됐다고 해서 반드시 재수생이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거꾸로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고 해서 재학생한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보장도 없다. 수능이 쉽게 출제돼도 개념 위주로 반복학습을 한 재수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고, 고3 재학생 중 상위권대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핵심은 수능이 쉽게 혹은 어렵게 출제된다고 해서 특정집단에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기대치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은 고3이 됐든 재수생이 됐든 치명적 결과가 특정집단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평가원 관계자는 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지난 8일 발표하며 "재학생과 졸업생은 기본적으로 성적 차이가 존재하는데, 채점 결과를 보면 성적 차이가 예년 수준과 대동소이해 재학생이 불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예년보다 쉽게, 어렵게 수능을 내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치러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는 수학 가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 수능보다 10점 올랐다. 지난해 수능보다 더 어려웠다. 수학 나형은 9점 떨어졌다. 더 쉬웠다. 쉬운 수능이 고3에게 유리하다면 수학 나형은 재학생과 재수생의 성적 격차가 줄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론은, 전문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수능에서 가장 전문기관은 평가원이다. 유일하게 수능 시험에 대한 원자료를 갖고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이명박정부 때 '쉬운 수능' 기조로 바꾸면서 만점자 비율을 1%에 맞추기로 했지만 영점 몇 퍼센트밖에 나오지 않은 사례가 많고 5~6%가 나온 적도 있다"며 "난이도를 맞춘다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이 결정은 평가원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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