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길어진다...美 기업 파산 40%↑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7.10 03:30
글자크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수(코로나19) 사태가 예상과는 달리 장기화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애용하던 의류 브랜드인 브룩스브라더스도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등 쓰러지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오바마가 즐겨찾던 200년 역사 브랜드도 파산보호
브룩스 브라더스 매장 앞 모습. /AFPBBNews=뉴스1브룩스 브라더스 매장 앞 모습. /AFPBBNews=뉴스1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룩스브라더스는 이날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미 공장 3곳도 생산을 중단하며,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클라우디오 델 베치오 브룩스브라더스그룹 회장은 "지난 4~5년간 시장 상황이 급변했으며 이에 대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었다"면서 "최근 코로나19가 덮치면서 더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WSJ는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200년 넘게 생존해온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브룩스브라더스는 캐주얼 의류가 인기를 끌며 정장 수요가 줄어 드는 영향을 받은 데다가 온라인으로의 판매 전환이 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4분의 1 가량이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장기화 하면서 정장 수요는 더욱 급감해 경영난에 빠졌다. 전세계 매장은 500개, 미국에만 200개가 있다.



브룩스브라더스는 1818년 설립돼 올해 202주년을 맞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애용하는 브랜드로 알려졌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45명 중 41명이 선택해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는 기업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고 있다. 같은날 미 주방용품업체인 설라테이블도 파산 보호 신청을 냈는데, 1972년 설립된 이 업체는 한 때 미 전역에 180여개 매장을 운영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주요 의류브랜드 중 처음으로 제이크루가 코로나19 타격을 받으며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같은달 명품백화점 니먼마커스와 중저가 백화점 체인인 JC페니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밖에 미 2위 렌터카업체 허츠를 비롯해 85년 역사의 비타민 브랜드 GNC 등도 파산했다.


여름이면 사라진다더니...파산 기업 40% 증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AFPBBNews=뉴스1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AFPBBNews=뉴스1
미국파산연구소(ABI)에 따르면 올 4~6월 미국내 파산보호 신청을 한 기업은 189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다. 올 1~3월은 14% 증가했다.

기업 파산 전문조사업체인 AACCER은 지난 6월 기준으로만 609개 기업이 파산하며,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 파산 기업은 전년보다 26% 증가한 총 3604개 기업이다.

당초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7월들어서도 여전히 코로나19는 기세를 떨치고 있다. 이날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미국내 코로나19 누적 환자가 30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미 코로나19 누적 환자는 305만4699명, 사망자는 13만2300명이다.

미국은 봉쇄령을 해제하면서 오히려 하루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하루 신규 확진자는 4만8372명을 기록, 처음으로 4만명을 돌파했는데 지난 3일에는 5만6567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에도 계속 하루 확진자는 4만~5만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분야는 에너지와 소매 부문이다.

미 구조조정 전문 분석업체인 데트와이어가 올해 파산한 기업 중 부채 총액이 1000만달러를 넘는 곳을 대상으로 한 결과, 6월말 기준 에너지기업이 28건, 소매업체가 22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을 비롯해 시장에서는 이 때문에 올 하반기에도 파산 기업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는다.

NYT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올해 파산 기업은 지난해 6800여개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공황 이후 닥칠 가장 큰 경기침체와 파산의 파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투자분석업체 잭스는 "연방준비제도가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며 기업들을 연명시키고 있음에도 파산 기업은 계속 증가한다"면서 "결국 백신이 등장하기 전까진 경제 재개 속도도 늦춰질 것이며 하반기 파산 기업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