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 모습.(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뉴스1
달리는 사람들의 마지막 버킷리스트인 국토종단 537km. 백용호, 손영만, 전상배 러너들은 오랫동안 준비하고, 가슴벅차게 태종대를 출발했을 거다. 50대 60대에 이르는 동안 측정할 수 없는 거리를 두 발로 달린 울트라마라토너들이다. 국토횡단 종단대회도 처음이 아닌 베테랑들이다. 제주100km울트라마라톤 주로쯤에서 나도 이분들 곁을 한번쯤은 스쳐 지나갔을 거고 함께 '화이팅'을 외쳤을 지도 모른다.
달림이는 길에서 돌아가는게 최고의 행복이라지만 음주운전 자동차에 이렇게 황망하게 쓰러져서는 안되는 거다. 나는 농담처럼 달림이의 3대 적은 '개, 차, 의사'라고 말해왔다. 그중에 제일 위협적인 건 차다. 차는 사람이 모는 것. 결국 사람이 문제다.
적어도 100km 이상 울트라마라톤 대회를 여러차례 뛰어본 사람들이 도전하기 때문에 50대나 60대 참가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국토횡단은 ‘100km 이상 울트라 대회 완주자’, 국토종단은 ‘200km 울트라대회 혹은 국토횡단 308km 완주자’로 참가자격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말은 '대회'이지만 참가자는 100명 안팎의 매니아만이 도전하는 '서바이벌' 테스트다. 이번 대회 참가자는 75명이었다.
구간별 제한시간 내에 체크포인트(CP)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쉬엄쉬엄 걸었다간 탈락이다. CP 이외 장소에서 타인의 지원을 받아선 안되고 숙박업소나 사우나 찜질방 같은 곳에 들어가서 잘 수 없다. 대회코스는 대개 국도를 따라가게 돼 있어서 위험이 적지 않다. 이번 사고처럼 음주 난폭 운전도 위험하지만 수면부족으로 졸다가 깜빡 길 가운데 쪽으로 들어가거나 길 가로 굴러 떨어질 위험이 늘 함께 한다. 실제로 이 사고 이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없지 않았다.
이걸 보지 못할 정도 상태라면 달림이가 아니라 뭐라도 들이 받았을 자다. 100km 대회 정도라면 에스코트도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수 백 km 달리는 대회를 도로 통제하면서 실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 다니는데 왜 사이클 타냐고, 떨어질 수 있는데 왜 암벽등반하냐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실제로 사고현장 사진을 보면 차가 씽씽 달릴만한 허허벌판도 아니고 상점과 주택이 늘어서 있고, 갓길도 있는 편도 2차선 도로여서 정상 운전자라면 이런 사고를 낼 곳이 아니다(사고 운전자는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상태였다).
물론, 며칠을 밤새면서 달려야 하는 국토종단 횡단 대회는 음주 난폭운전 뿐 아니라 수면부족으로 인한 차도침범 위험도 크다. 앞으로 최대한 차도를 피해서 개최하는 코스를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부산 을숙도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낙동강-한강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면 이화령 구간과 파주 위쪽 등 일부만 제외하면 대부분 길을 둔치 자전거길로 뛸 수 있다. 횡단은 인천 정서진에서 출발해서 둔치로 뛰면 적어도 춘천까지는 안전하게 갈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두 발로 굳건히 땅을 딛고 달리다 돌아가신 세 분의 명복을 빈다. 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