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엔론사태' 충격 속 회계법인 수술 나선 영국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07.08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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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사진=AFP


'독일의 엔론사태'로 불리는 '와이어카드' 회계부정 의혹 및 파산으로 전 유럽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영국이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개혁에 나섰다. 회계법인과 고객이 되는 기업 간 이해상충 방지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6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금융규제 당국인 재무보고위원회(FRC·The Financial Reporting Council)는 영국 내 4대 대형 회계법인에 대해 감사업무와 자문업무간 운영 분리(Operational Separation)를 요구했다.



당국의 새 규제에 따르면 영국 딜로이트, KPMG, 언스트앤영(EY), 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 4대 회계법인은 오는 10월23일 이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하고 향후 4년, 즉 2024년 6월30일까지 해당 작업을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새 규제에 따르면 감사 부문과 컨설팅 등을 포함한 기타 부문은 분리 운영되고 각 부문의 이익과 손실 역시 분리 보고돼야 한다. FRC는 이를 포함해 22개 원칙들을 목록화했다.



CNN은 "이번 조치는 감사 업무가 공익을 위한 양질의 감사를 수행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며 "감사업무를 하는 회계사들은 (컨설팅 등) 다른 사업부문이 아닌 그들의 업무로부터 나오는 수익에서 급료를 받도록 한다"고 전했다.

FRC에 따르면 2018년 영국 4대 회계법인의 감사 수익은 전체 수익의 20%에 불과했다. 감사 업무가 다른 사업부문에 재정적으로 기댈 수 있는 여건이라면, 클라이언트(고객)이자 감사 대상인 기업들과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수차례 지적돼 왔다.

와이어카드 문제와 관련해서 10년 넘게 해당 기업 감사를 맡아온 EY가 기업의 회계 이상을 인지하지 못했단 점에 대해 비난들이 나오고 있다. 와이어카드는 필리핀 은행 두 곳에 현금 19억유로(약 2조6000억원)를 예치해왔다고 대차대조표에 기재해왔지만 최근 이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다만 EY는 "정교하게 사기 행각을 벌인 징후가 있다"며 항변하고 있다.


전일 FRC 대변인은 "이번 발표는 와이어카드 사태와는 무관하다"며 "이번 방안은 오랜 시간 준비해왔던 독립적 검토 결과"라고 강조했다.

존 톰슨 FRC 최고책임자는 "FRC가 기업 감사 개혁의 중요한 단계를 이행했다"며 "향후 더 많은 개혁안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2018년 대형 베이커리 체인 '파티세리 발레리'의 회계 부정이 알려지면서 회계법인을 맡았던 그랜트 손튼의 부실감사가 당시 의회의 질타를 받았었다.

이에 앞서 영국 대형 건설기업 카릴리언 역시 회계부정 의혹에 휩싸이며 비슷한 시기 강제 청산에 돌입하며 영국 금융계에 충격을 줬다. 카릴리언 감사를 맡았던 KPMG 역시 당시 비난 세례를 받았다.

영국 옥스포드대 블라파트닉 정부 학교의 카르티크 라마나 비즈니스 공공정책 교수는 "이번 조치는 기업과 회계법인간 이해상충 문제를 수정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라면서도 "감사의 품질과 관련해 큰 문제는 회사 내 문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인이 '조언자'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주니어 감사들은 그들이 고객들의 경영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회사가 그들에게 보상하고 또 그것을 장려할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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