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난 스위트룸"…코로나에 변하는 '7말8초' 여행트렌드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7.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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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리스크에 국내여행 트렌드도 변화 , 가성비 숙박 대신 언택트·프리미엄 잡은 스위트룸 '만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 직장인 이모씨(35)는 휴가를 일주일 앞두고서야 숙소를 알아보고 있다. 계획했던 해외여행이 무산되며 급하게 잡은 일정이기 때문. 모아뒀던 휴가 예산으로 도심 특급호텔 스위트룸에서 '플렉스(Flex·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것)' 한 뒤 일상에 복귀할 생각이다. 이씨는 "코로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굳이 일찌감치 숙소나 여행일정을 확정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사람 접촉을 줄이고 여유를 즐기다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에도 '7말8초' 공식은 여전하다. 본격적인 휴가 성수기가 시작하자 코로나19(COVID-19) 이후 깊숙히 넣어뒀던 여행 캐리어를 꺼내를 사람들이 눈에 띈다. 제주나 부산 등 주요 관광지는 벌써부터 적지 않은 인파로 붐비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방에 짐을 싸는 여행객들의 살펴보면 예년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해외여행이 막히고 언택트(Untact·비대면)와 프리미엄이 여행의 새로운 기준이 되면서 국내여행에서도 준비부터 즐기는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 여행에 아둥바둥 매달리기보단 느긋하고 여유를 만끽하는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

선택지는 국내여행 뿐
여행 임박해서야 호텔 객실 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행이 임박한 시점에서 호텔 등 숙박예약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이 대표적이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따르면 투숙 3~4일 전에 객실을 예약하는 투숙객이 급증했다.



호텔 관계자는 "통상 7~8월은 인파가 붐비는 것을 우려해 최소 3~4주 전부터 미리 객실을 확보한다"며 "올해는 한 달 전 객실예약률은 크게 저조하지만 주말을 하루 이틀 남겨둔 시점에선 예약률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호캉스보단 덜하지만 코로나로 최고 인기 여행지가 된 제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여행 플랫폼 트리플이 제주여행 일정 1만7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여행 평균 준비 기간은 8.3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한 연 평균 해외여행 준비기간 59.4일과 비교해 약 7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이른바 '급여행'이 많아진 데 따른 영향이다. 연초 확산한 코로나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며 여름에도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여행객들이 급하게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직격타를 맞은 도심 특급호텔들의 경우 객실점유율(OCC)이 10~20%에 불과해 굳이 서둘러 예약할 필요가 없이 느긋하게 결정해도 된다는 심리도 적지 않다.


언택트+프리미엄
이왕 가는 휴가 '스위트룸'으로
/사진=파르나스호텔/사진=파르나스호텔
여행 준비 뿐 아니라 여행을 즐기는 방식에 있어서도 다소 변화가 보인다. 국내여행객 상당수가 가성비를 따져 합리적인 가격의 숙소를 택하거나 여러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등을 선호했지만 올해는 프리미엄 펜션과 특급호텔 스위트룸이 대세로 떠올랐다.

제주, 강원 지역 호텔·리조트은 가장 비싼 방부터 팔려나가고 있다. 객실 상당 수가 독채형 스위트룸인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의 주말 객실점유율(OCC)은 90%가 넘는다. 사실상 만실인 셈. 제주 신라호텔도 객실 가격이 50~80만원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객실 경쟁이 치열하다. 비단 호텔뿐 아니라 독채형 펜션(풀빌라)도 마찬가지다. 야놀자가 7~8월 예약 데이터를 살핀 결과 독립형 공간인 펜션이 전체 예약의 43.8%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 소비시장을 달군 플렉스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뿐 아니라 코로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언택트와 프리미엄이 새로운 여행 키워드로 자리잡으며 국내여행 변화를 촉발한 것이다.

이에 호텔·리조트 업계도 새로운 고객 니즈에 맞춘 상품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한화리조트는 7~8월 스위트룸 예약이 90~95%로 일반 객실 평균(80%)보다 높아지자 전국 사업장에서 리모델링 등을 통해 스위트룸 수를 늘리며 럭셔리 투숙 경험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국내여행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며 성수기 여행 소비스타일도 급격히 바뀌고 있다"며 "미리 여행을 살뜰히 준비하기보다 코로나 상황에 맞춰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트렌드가 국내여행에서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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