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이 불화를 겪는 5가지 이유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0.07.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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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스타뉴스DB사진출처=스타뉴스DB


걸그룹 AOA의 멤버 지민이 연예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AOA에서 탈퇴한 권민아가 “지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사태를 두고 “연예계의 곪은 부위가 터졌다”는 반응이 적잖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건이라기 보다는 잠재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란 지적이다.

비슷한 시기, 그룹 볼빨간사춘기의 불화설 역시 일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그룹 내 멤버 간 불화는 앞서 이지혜와 서지영의 반목으로 대표되는 그룹 샵을 비롯해 각 그룹 멤버들의 뒤늦은 고백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K-팝 시장에서만 가능한, 합숙

“왜 K-팝은 다를까?” 적잖은 외국 음악계 관계자들이 제기하는 질문이다. 한국의 K-팝 육성 시스템을 배우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불가”라는 결정을 내리곤 한다. 이 이유 중 하나는 합숙 때문이다.



대다수 K-팝 그룹들은 데뷔 전후 합숙 생활을 한다. 단기간에 실력을 일취월장시킬 수 있는 스파르타식 교육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K-팝의 상징처럼 비쳐지는 ‘군무’ 역시 합숙을 시키며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선진국의 경우, 미성년자인 연습생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습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어렵다. 아동 학대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생활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상, 감수성이 예민한 10~20대들을 한데 모아 합숙시킨다는 시도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

이런 합숙 과정에서 불만이 쌓이고, 멤버 간 마찰도 심해진다. 하지만 오로지 데뷔와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이런 문제제기는 묵살되곤 한다. 그 과정에서 각 멤버들의 심신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너 몇 살이야”, 단단한 서열 문화

한국은 유독 나이에 예민한 국가다. 외국에서는 상대의 나이를 궁금해하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몇 살이에요?”라고 나이를 묻는 것이 일상이다.

여기에는 나이로 구분되는 상하 구조, 존댓말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결국 나이가 많다는 이유 만으로 나이가 어린 상대를 편하게 대하며 더 위에 군림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이런 문화는 아이돌 그룹 내에도 만연해 있다. 통상적으로 나이가 더 많은 멤버가 리더가 되고나 그룹 전체를 통솔하는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부지불식간, 더 나이가 많은 형이나 언니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상명하복 구조가 생성되는 셈이다.

각 연예기획사가 이를 조장한다는 주장도 있다. 매니저가 멤버들과 24시간 붙어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룹 내에서 지시를 하는 리더를 만들고, 각 기획사가 리더를 통해 그룹 전체를 관리하기 위해 리더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그룹 멤버들이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수직 관계 속에서 갑과 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경쟁, 인기

그룹의 인기와 각 멤버들의 인기는 동일하지 않다. 그룹과 그룹 간 인기도가 차이나 듯, 그룹 내 멤버들 간에도 엄연히 인기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대중도 알고, 소속사도 알고, 멤버들도 안다. 몇몇 그룹의 경우 아예 멤버 1명의 인지도가 도드라져 'OOO의 그룹‘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각 멤버들이 이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자가 팀원으로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특정 멤버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멤버도 적잖다. 오히려 자신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인기편차가 생긴 것이라 생각하며 소속사로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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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걸그룹의 경우, 초창기에는 멤버 A의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계약상 A가 개인 활동을 통해 벌어온 수익도 나머지 멤버들이 똑같이 나눠야 하는 것이 불만이었던 A는 개별 정산을 요구했다. 회사가 이를 수용한 직후 또 다른 멤버인 B가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B는 개인 활동을 통해 번 모든 수익을 독식했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나머지 멤버들은 A를 비난했다. 결국 이 걸그룹은 해체됐다. 이 같은 인기도의 차이는 그룹 내에서 피할 수 없는 불화의 씨앗이 되곤 한다.

#7년차 징크스를 만든, 계약


K-팝 가수들은 대다수 ‘7년차 징크스’를 겪는다. 데뷔 후 7년을 전후해 해체의 위기를 겪는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 표준계약서 상 각 소속사가 연예인과 맺을 수 있는 최대 계약 기간이 7년이기 때문이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데뷔 후에도 최소 2~3년 간 적자를 떠안기 십상이지만 이후 수익이 발생하면 비로소 주머니가 두둑해지기 때문에 각 소속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7년 계약을 맺는다.

7년이 지나 재계약을 논의할 상황이 됐다는 것은, 해당 그룹이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대다수 K-팝 그룹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7년이 되기 전 해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가 되면 각 멤버 간 이해 관계가 달라진다. 연기나 솔로 등 개인 활동을 통해 탄탄한 입지를 다진 멤버가 있는 반면, 그룹의 일원이 아니라면 활동이 어려운 멤버도 있다. 이들을 바라보며 각 소속사의 셈법도 각기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각 멤버들에게 각기 다른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감정이 상해 그룹이 깨지거나 몇몇 멤버가 그룹을 떠나는 일이 발생한다.

#소속사의 방관

적잖은 가요계 관계자들은 “불화가 없는 그룹은 없다”고 말한다. 저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의미다. 인기와 그룹을 존속시키기 위해 이를 무마시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들의 감정싸움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드러나고 만다.

비단 이는 연예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조직을 들여다봐도, 조직원 모두가 친하고 만족하는 조직은 없다. 각자의 성향이 다를 수 있고, 이해 관계까지 첨예해지면 같은 곳을 바라보기 어렵다.

결국 이런 문제는 조직이 나서서 해결해주는 수밖에 없다. 불화가 있는 이들을 떼어놓거나 서로 화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식이다. 연예계의 불화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소속사가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소속사 관계자들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중재를 통해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항변이다. 한 중견기획사 대표는 “연예인들이 어느 정도 인기를 얻으면, 더 이상 소속사의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도 더 이상 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화해를 시킬 수도 없다”며 “소속사 입장에서는 불화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공들여 키운 그룹이 와해되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무마시키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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