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코로나 버틴 반도체…하반기 '불확실성' 확대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7.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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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2Q 어닝서프라이즈 견인…하반기 메모리가격 하락 우려·코로나 재확산도 변수

삼성전자, 코로나 버틴 반도체…하반기 '불확실성' 확대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가 코로나19(COVID-19)에도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가운데 하반기엔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발 언택트 특수를 타고 반도체가 실적을 견인했는데, 하반기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며 업황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7일 시장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는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한때 6조원 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으나 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22.7% 상승한 수치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6% 하락에 그치며 52조원을 기록했다.



깜짝 실적의 일등공신은 반도체다. 온라인 교육, 재택근무, 게임 등 비대면 수요 증가로 서버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출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과 가전도 기존 예상보다는 선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깜짝 실적은 반도체가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에서만 5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상반기 실적을 책임진 반도체 전망이 하반기에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멈췄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많이 쓰이는 DDR4 8Gb(기가비트) D램의 고정거래가격이 지난달 평균 3.31달러로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전자, 코로나 버틴 반도체…하반기 '불확실성' 확대
이 제품의 고정거래가는 지난해 12월 2.81달러에서 지난달 3.31달러까지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나 6개월 만에 상승세가 멈춘 것이다. 특히 고정거래가의 선행지표 성격을 갖는 현물가는 지난 4월 초 3.60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2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전망을 어둡게 한다.

상반기엔 비대면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서버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D램 가격이 상승했는데, 상반기에 재고를 충분히 비축해둔 고객사들이 하반기엔 구매를 지연하면서 수요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페이스북, 아마존 등 대형 IT(정보기술) 업체들이 상반기에 활발했던 데이터센터 투자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량을 최소 3개월 이전에 장기계약하는 반도체 특성상 코로나19 타격이 3분기부터 반영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고조에 이른 게 4~5월이었다"며 "이 시기엔 대부분 업체들이 눈치를 보며 구매 시기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여파가 3분기부터 반영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하반기 반도체 출하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제품 믹스를 통해 ASP(평균판매가격)을 방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도 이번 반도체 판매가격 하락이 과거 다운사이클에 비해서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지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의 제한적 투자로 메모리 생산량 증가는 둔화되고 있어 판매가격 하락폭은 이전 다운사이클 대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대형 고객사의 구매의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판매가격 반등 시점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세트 부문의 출하량 상승폭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하반기에 크게 재확산하지 않을 경우 하반기엔 상반기에 이연된 TV와 모바일 등 세트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반도체 수요도 동시에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코로나 2차 확산이 도래한다면 연말 가전 프로모션도 효과를 보지 못할 전망이 높다. 미중 간 무역분쟁의 확대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재고를 많이 축적한 업체들이 하반기 어떤 전략을 세울지가 관건"이라며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 무역분쟁이 현재까지 한국 반도체 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양국간 분쟁이 확대될 경우 향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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